北 김정은 자책에 주민은 '눈물의 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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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 ‘내나라’가 지난해 9월 공개한 함경북도 수해 현장 사진. [사진 내나라 캡처]

북한 매체 ‘내나라’가 지난해 9월 공개한 함경북도 수해 현장 사진. [사진 내나라 캡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례적 ‘자책 신년사’에 이어 북한 매체들이 주민들의 참회성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16일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함경북도 무산군의 간부와 주민들의 반응을 전하는 글을 실으며 제목을 ‘무산군 주민들 모두가 자책의 눈물을 흘렸습니다’라고 달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메아리가 소개한 글에 따르면 함경북도 무산군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김충성은 “신년사의 충격이 컸다”며 “일꾼들은 원수님(김정은)을 진심으로 받들겠다고 말만 했지, 당의 구상과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한몸을 촛불처럼 깡그리 불태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우리들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시는 신년사를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전투적으로 일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매체는 또 지난해 함경북도 수해를 입은 주민이라며 리옥심씨를 인터뷰해 “새 집에서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웃음을 되찾아주시고도 자신을 자책하시는 그 영상을 뵈우며(보며) 울고 또 울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함경북도는 북한이 “이런 큰물(홍수) 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라고 매체를 통해 밝혔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평소 ‘애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해온 김정은은 이 수해 지역에 건설장비 등을 보냈으나 직접 찾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피해가 워낙 큰데다 겨울 한파에 수해복구가 덜 되어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할 상황이 못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산은 수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매체가 간부와 주민을 인용해 자책과 눈물을 강요하는 것은 북한 당국이 수해 복구 진척이 더딘 것을 두고 책임을 피하고, 대신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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