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데 … 내 펀드는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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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주식형 펀드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회사원 김모(36)씨는 올해 초 적립식 계좌를 새로 열었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불안감이 커졌다. 환매를 해야할지 걱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조정이 간접투자자, 특히 김씨와 같은 적립식 투자자에게는 나쁠 게 없다고 조언한다. 펀드 투자는 기본적으로 1년 이상 장기 투자여야 제 수익이 나오는 데다 적립식의 경우 조정을 거치면 수익률에 보탬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 움직임 크지 않아=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7일과 18일 이틀간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하락 첫날인 17일엔 전날보다 5770억원, 18일엔 7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대형 펀드들의 결산 재투자분을 빼도 순 설정액이 하루 1000억원 정도 늘어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잠실지점 조이선 지점장은 "지수가 급락하자 펀드 환매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일부는 환매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더 많은 투자자가 새로 가입하고 있어 설정액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18일 현재 이틀 새 7500억원 이상 빠진 49조6710억원을 기록, 50조원 선이 무너졌다.

◆ 섣부른 환매는 손해 키울 수도=전문가들은 간접투자의 경우 시황에 따라 환매.재가입을 반복하는 것은 손해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큰 폭의 하락을 보고 환매를 신청하면 많이 빠진 당일의 종가가 적용되는데다 실제 돈을 찾으려면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폭락세가 이어지지 않는 한 지수는 기술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커 수수료와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해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은 "개별 종목 투자와 달리 펀드는 지수의 상승.하락을 따라가려 하면 뒷북을 치게 마련"이라며 "가입.환매의 타이밍은 자신이 정한 투자 기간이나 목표 수익률 달성 여부를 따져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매를 꼭 해야 할 경우에도 가입 후 90일 이내는 피해야 한다. 선취 판매 수수료가 없는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는 이 기간 내에는 이익금의 70% 내외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한다. 다만,만기가 지난 적립식 펀드의 경우 직전 90일간의 불입금에 대한 환매수수료 부담은 없다.

특히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지수 조정에 구애받을 일이 없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평가팀장은 "장기적으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으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사는 셈이 돼 오히려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이 적립식 투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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