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틀 만에 68P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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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한 18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증권회사 외벽에 설치된 증시현황판을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전일 대비 코스피 지수는 36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31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박종근 기자

거침없이 오르던 증시에 급제동이 걸렸다.

코스피 지수는 17, 18일 이틀 만에 5% 가까이(68.88포인트) 떨어졌다. 이틀 동안 시가총액 20조원이 줄었다.

코스닥 시장의 충격은 더 커 같은 기간 6.2%(46.89포인트) 하락했다. 급등락 때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까지 올 들어 처음 발동됐다. 국제 유가 급등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의 동반 약세 등 해외 변수부터 주식 양도차익 과세설까지 여러 악재가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증시를 덮친 결과다. 지난해 말 이후 280포인트나 오른 코스피 지수의 상승 피로감이 나타날 시점에 악재까지 겹쳐 본격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민상일 책임연구원은 "한꺼번에 불거진 국내외 악재로 증시가 급조정을 보였지만 생각보다 낙폭이 크다"며 "코스피 지수가 10% 안팎까지 빠지는 조정 장세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성급한 투매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내수 경기 회복과 기업의 실적 호조 등 대세 상승 기조를 떠받치는 기본 여건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다.

◆ 해외 증시 동반 침체=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특히 일본 증시의 하락폭이 컸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라이브도어의 주가 조작 여파 등으로 17, 18일 이틀간 5.7% 내렸다. 대만 가권지수도 18일 3.6% 떨어졌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장 마감을 20분 앞둔 오후 2시40분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16일 밤 도쿄지검 특수부의 라이브도어사 전격 압수수색을 시발로 라이브도어의 불법 및 편법 거래가 속속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주식을 팔겠다는 물량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매도 물량이 하루 처리용량을 넘어설 경우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공산이 커 불가피하게 거래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도 17일(현지시간) 유가 급등과 인텔.IBM 등 대형 기술주의 실적 부진 여파로 소폭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세계 증시의 동반 약세가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 상승 피로감이 컸다=국내 증시는 최근 조정 빌미를 찾고 있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워낙 컸던 탓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0월 24일(1140.72)을 바닥으로 쉼없이 올라 16일(1421.97)까지 두 달여 만에 24% 치솟았다.

연속 상승 기간(주간 기준)도 역대 최장인 11주에 이른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10월 말 이후 코스피 지수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계속 올라 더 오를 만한 주식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만큼 조정은 시간문제였다"며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조정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코스피 지수가 1310선 안팎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 길게 보면 재상승 여력 충분=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밀리긴 했지만 대세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고 진단하는 전문가가 많다.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해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 유입세도 여전하다. 이틀간의 폭락장세에서도 우려했던 펀드 대량 환매 조짐은 없었다. 오히려 조정 장세를 기회 삼아 펀드 가입이나 주식 직접 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급락 장세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11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급락은 경기 위축 등 기초체력이 달려서가 아니라 심리적 측면이 강한 때문"이라며 "대세 상승의 두 축인 기업실적 향상과 풍부한 유동성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 조정을 거친 뒤 상승 궤도로 다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재용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pjyg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사이드카(sidecar)란=사이드카는 선물(先物)시장에서 가격이 너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내릴 때 매매를 일정 기간 금지하는 일종의 '제동 장치'다. 현물시장에서는 '서킷 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중단제)가 사이드카와 같은 기능을 한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스타지수 선물 중 전날 거래량이 많은 선물 종목의 가격이 전날 종가보다 6% 이상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태가 1분간 지속하면 사이드카를 발동,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다. 단 발동 횟수는 하루 1회로 제한된다. 올 들어 처음으로 18일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런 제도는 1987년 10월 미국 증시가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 이후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각국 증시에 도입됐다. 한국은 1998년부터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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