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이브도어 분식 혐의 … 호리에 몰락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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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18일 한 여성이 인터넷 기업인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의 얼굴과 주식 시세표가 비친 스크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18일 일본 도쿄증시를 전면 거래중단이란 패닉에 빠뜨린 것은 바로 일본의 정보기술(IT)업체 라이브도어의 분식회계 관련 보도다.

16일 밤 도쿄지검 특수부가 도쿄 롯뽄기(六本木)에 있는 라이브도어 본사와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3)사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만 해도 혐의는 허위사실 공표 수준이었다. 라이브도어 마케팅이란 계열사가 2004년 10월 '머니 라이프'란 출판사를 주식교환 형태로 자회사했다고 발표했는데, 실은 그보다 4개월전에 이미 자신들이 출자한 투자펀드를 통해 인수를 마쳤다는 것이다. 즉 계열사가 이같은 허위사실 유포로 주가를 일부러 끌어올렸다는 혐의였다. 호리에 사장은 17일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사업을 더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태는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8일 "계열사 뿐 아니라 그룹 본체인 라이브도어도 2004년 9월 결산때 실질적인 계열사인 로열신판(소비자금융회사) 등의 이익을 자사이익으로 바꿔치기해 10억엔 안팎의 적자를 14억엔 흑자난 것처럼 분식처리했다"고 보도했다. 라이브도어도 이날 오후 "사실 관계의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보도 내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무서운 기세로 일본 IT업계의 선두업체로 치달으며 '일본판 벤처신화'를 구축하던 라이브도어가 한순간에 몰락의 위기로 내몰린 것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날 "이들 기업이 주가조작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상장폐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회장도 "수사를 보고 회원사 자격을 박탈할 것인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호리에 사장의 구속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초 라이브도어와 후지TV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다 결국 자본.업무제휴를 맺으며 손잡은 후지산케이그룹도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라이브도어에 대한 출자(12.75%)를 철회하고 파견한 임원을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 때문에 라이브도어 수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호리에 사장이 여러 매체에 출연해 정부 당국에 대해 '자기네들이 법을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왜 우리보고 편법을 하느냐고 모느냐'는등 공격적 언사를 해온 데 대해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이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일부에선 "최근 호리에 사장이 '총리가 왜 야스쿠니 참배를 하느냐''천황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등의 발언을 한데 대해 우익세력들이 움직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사설에서 "일본 기업의 주류파가 자신들 기준으로 볼 때 이단적인 행동을 해 골치를 썩혀온 호리에 사장에 대해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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