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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장르」문인 늘어났다|80년대 문단|시·소설, 창작·평론 병행 올해만 10명… 총 50명선|"산업사회에 맞는 이론보강…재능도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인이 소설가로, 소설가가 시인으로, 시인이 문학평론가로, 재데뷔하는 현상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만도 김정환·이하석·김진경·차거일·김영승·장정일·구광본씨등 10여명이 이른바 「복수장르」를 선언, 80년대 문단의 새로운 특성으로 부각된 「문인들의 탈장르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멀리는 김동리·황순원씨등이 시와 소설을 함께 썼고 70년대 문인들 중에도 오탁번·이제하·윤후명·송기원씨등이 시와 소설을 「겸직」해 왔으며 시인 오규원·정현종·황동규씨등은 간간이 문학평론을 병행해왔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젊은 문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같은 현상은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80년대 복수장르문인들로는 장석주·박덕규·남진우·이윤택·김사인·정한용씨 (이상 시와 평론), 이병천·문형열·김정숙씨(이상 시와 소설) 등이 쉽게 떠오르며 70년대 등단한 시인 정호승씨도 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위령제』가 당선된바있다.
12일 교통사고로 타계한 채광석씨도 80년대 등단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였으며 중견평론가 윤재근·최동호씨도 자주 시를 발표하고 있다.
87년 시작과 함께 동아일보신춘문예에 희곡 『실내극』으로 당선한 강정일시인은 시와 희곡의 겸업을 선언했고, 9권의 시집을 낸바있는 시인 김정환씨는 1만장(원고지)분량의 장편소설 첫마디 『세상속으로·I』을 최근 『문수신앙』여름호에 발표하면서 소설겸업을 선언했다.
지난해 소설문학 신인가에 소설 『검은길』이 당선돼 데뷔한 젊은작가 구광본씨도 지난달 「오늘의 작가상」을 시로 수상, 최근 수상시집 『강』을 펴냈으며, 지난4월 장편소설 『비명을 찾아서』를 출간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한 차거일씨는 『현대문학』7월호에 시추천을 완료, 시인을 겸하게 됐다.
그런가하면 최근 첫시집 『반성』을 펴낸 김영승시인도 올가을 첫 장편소설 『약화』를 출간할 태세이고, 시인 이하우·김진경씨도 장편소설을 탈고한것으로 알려졌다.
줄잡아 50명선으로 추정되고있는 이들 「복수장르문인」들의 급증현상을 문단에서는 우선 다양화·기호화하고있는 80년대 산업사회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80년대적 문학양상」, 즉 「장르해체를 통한 장르통합현상」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시와 평론을 함께 하고있는 장석주·박덕규씨는 『외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 우리 문단에선 80년대에 이르러 나타나기 시작했을뿐』이라며 『삶이 복잡해질 수록한 개인이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복수장르문인들을 크게 세가지 범주로 분류, 각각 상이한 의미매김을 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이들은▲문학을 일종의 실천개념으로 파악, 실천논리로서 필요한 보강작업을 타장르에서 구하는 집단 (채광석·김사인·김정환·황지우·김진경씨등)▲복수장르를 산엽사회에 대응하는 문학생존방식으로 파악, 장르자체를 메시지로 이해하는 집단(매체종사문인 및 장석주·이윤택·박덕규·남진우씨등)▲문학총체성을 추구한다는 논리위에서 자신의 재능을 여러장르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집단 (이제하·오탁번·차거일·김영승·장정일·구광본씨등) 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현상은 문학사적인 논의를 통해 조속히 이론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중요한 80년대적 특징』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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