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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혼모노?'…민폐 관객된 영화 '너의 이름은' 극성 매니어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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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노래가 나오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남자가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주인공들의 주요 대사를 소리나게 읊는 관객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관 민폐 관객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관객들은 조금 독특하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가 하면 화면을 보다 갑자기 박수를 치기도 한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일부 관객들 얘기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혼모노'라고 부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너의 이름은'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너의 이름은 혼모노'가 뜬다. '혼모노(本物)'는 일본어로 '진짜''실물'을 뜻한다. 온라인에서는 '진짜·진성 오타쿠'로 통용된다. 한 마디로 특정 분야의 매니어 중에서도 매니어라는 뜻이다.

이 용어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흥행과 함께 떠오르고 있다. 이 영화의 일부 혼모노들이 영화 상영 도중 여러 특이행동을 보인다는 목격담이 잇따르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끼치는 무개념 오타쿠'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얻게 됐다.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이다.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 꿈을 통해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일본 영화 역대 흥행 순위 4위다. 국내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케 하야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선 이례적으로 예매율 1위다.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44). 전작 '초속 5cm''언어의 정원' 등을 통해 인정받은 섬세한 작화와 감성으로 '빛의 마술사''배경왕'이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부터 '너의 이름은'은 이미 일본판을 몇 번이고 돌려본 소위 혼모노들 뿐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서도 '기대작'으로 통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에는 혼모노들에 대한 제보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을 비난하는 패러디 이미지까지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진지한 장면에서 갑자기 웃고, 자꾸 입으로 효과음을 넣는 등 혼모노들이 영화관에서 다양한 민폐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 도중 울거나 떼를 쓰는 아이들보다 더 진상이다''혼모노를 피하려면 조조영화로 봐라' 등의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어인 이모(26)씨는 "우리에게 만화 캐릭터들은 일종의 '2D 아이돌'이다"며 "이들에게 열광하는 건 '팬'으로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영화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상영하게 되면 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이들이 몰려가 환호성을 지르고 주제가를 따라 부르는 일은 왕왕 있었다.

다만 매니어가 많은 것치고 관람객 층이 '너의 이름은'만큼 대중화된 영화가 많이 없었기에 지금처럼 화제가 되진 않았었다. 이씨는 "일반 관객들도 다 있는 데서 일부 팬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에티켓에도 어긋날 뿐더러 일본 만화 매니어들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깎아먹는 일이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 = 온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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