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만들기 '부모하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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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K군은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강해 주변의 물건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질문도 끊임없이 했다. K군의 어머니는 아이의 산만한 성격이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해 전문가와 상담을 했다. 상담 결과 K군은 '과학적 호기심과 해결 욕구가 대단히 높아 지속적인 격려와 관심을 보이면 과학 분야에 뛰어난 성과를 보일 것' 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K군은 현재 학교와 부모의 응원 속에서 수업 때 마다 독특한 자기만의 실험방법을 제시하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K군처럼 영재성이 있는 아이를 오히려 산만하거나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로 오해해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 뿐 아니라 선생님들조차 영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영재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큰 기대를 가지고 여기저기 영재교육기관을 찾아다니는 부모도 많다. 지금부터 영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영재성을 키워야 하는지 제대로 살펴보자.

영재아의 공통적인 특성은 높은 지능과 과제 집착력, 창의적 문제 해결력 등이다. 과학신동이라 불리는 송유근 군, 9살 나이로 한자검정시험 1급에 합격해 최연소 기록을 세운 변이언 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영재를 머리가 좋은 아이, IQ가 높고 학습능력이 빨라서 무엇이든 금세 배우고 이해한다는 개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영재는 아이의 선천적 재능과 주변의 노력이 합쳐진 개념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S양은 6살이 되어서야 한글을 깨우쳤다. 숫자도 스물까지 겨우 셀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재주가 뛰어나 학교에서는 인기가 아주 좋다. 학문적인 성취도가 영재의 보편적인 기준이 되고 있지만 S양처럼 비학문적 분야의 남다른 능력도 영재의 범주에 속한다.

이런 영재성은 적절한 시기에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받지 못하면 곧 퇴색되고 만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의 재능은 부모가 가장 먼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재성은 수학.과학.언어.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당연히 발현되는 특성과 시기가 달라 그만큼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 수학영재

올해 네 살인 M군은 나름의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주변 어른의 나이를 자신의 어머니 나이와 비교해 짐작하는 식이다. 수학 문제를 빠른 시간에 풀어내는 능력만으론 영재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수학적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문제의 구조적인 원칙을 이해하고 있지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원리와 문제의 관계를 빨리 파악해 과정 없이 답을 산출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영재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교에서 수학과목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학교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시스템이라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학교 수업에 충실하되 일주일에 1, 2회 정도 아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개별수업을 주선해 주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각종 기관에서 주관하는 경시대회가 다양해 준비과정에서 지적활동을 충족시킬 수 있다. 계절별 국내외 캠프에 참가시켜 창의성 개발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생활 속 수리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과학영재

과학적인 능력은 현실세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달된다. 따라서 언어나 수학 등 타 분야에 비해 늦게 발견된다. 과학영재들은 기계작동에 흥미를 보이는가 하면 과학적 특성에 따른 물건 분류, 행동 관찰 등으로 관심 분야가 집중된다. 다소 산만한 경향이 있으며 호기심이 매우 크다. 주위 환경의 모든 특성에 관심을 갖고 결과와 과정의 인과관계 탐색에 흥미를 느낀다. 이런 아이들은 간섭 받거나 틀에 맞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버릇없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로 오해받기도 한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특히 강한 과학영재들은 직접 체험하고 결과를 얻어내는 실험적 기법을 선호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과학캠프 등 외부 캠프를 적극 활용하여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이 좋다.

◇ 언어영재

흔히 글자를 빨리 깨우친 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에는 외국어를 배우는 속도가 영재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영재로 판단하기엔 부족하다. 초등학생인 B양은 세 살 때 한글을 깨우쳤다. 동시를 짓거나 엄마와 이야기 만드는 걸 매우 좋아하는 등 언어적 발달이 남달랐다. 그러나 교내 백일장은 물론 어떤 대회에서도 상을 타보지 못했다. 또래에 비해 표현이 어른스럽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처럼 언어영재는 나이보다 생각과 논리에서 깊이가 느껴지며 비교적 표현이 정확하다. 유아적 발상을 넘어 사고의 독창성과 융통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언어 능력은 말하기.읽기.쓰기로 나눌 수 있는데 말하기 능력은 특히 학습이 필요하다. 조리 있게 표현하기 이전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범위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와 활용 문장을 암기해 점차 응용하는 방법으로 학습한다. 전집류보다 책을 한 권씩 구입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책의 제목, 목차만 보고 내용을 추측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어느 정도 읽기 습관을 들여놓았다면 고전 중심으로 토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점차 짧은 글로 나타내는 연습을 시키면 풍부한 표현력을 갖출 수 있다. 강의를 듣는 시간보다 직접 쓰고 수정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도록 지도한다.

*자료제공=페르마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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