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돼지 편지 무조건 쓰지말라는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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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의대 김윤범 교수.

황우석 교수팀에 무균 미니돼지를 제공했던 재미학자 김윤범 교수(시카고 의대)가 서울대 의대측에 보낸 편지 내용을 놓고 네티즌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펼치고 있다고 데일리서프라이즈가 17일 보도했다. 김 교수가 무균돼지의 사용계획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때문이라는 분석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황 교수 지지 네티즌들이 서울대 의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왕규창 서울대 의대 학장과 이왕재 연구부학장에게 자신의 무균돼지를 사용할 때 그 용도를 미리 밝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란은 황우석 교수가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간 면역 유전자를 지닌 무균돼지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이후 김 교수의 이 같은 입장표명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 김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이왕재 교수는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전화통화에서 "누구를 지칭해서 사용계획을 알리라고 한 것은 아니다"며 "언론에서 너무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편지 내용과 관련 "세포주를 얻어다 사용해도 보고를 해야 하는데 50여 년간을 개발해온 돼지를 쓰면서 알리지 않으니까 앞으로 보고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편지의 내용은) 논문에도 (무균)돼지를 누구에게 받았는지를 밝혀달라는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황우석 교수가 (무균돼지를) 주로 사용했다"며 "굳이 편지의 의미를 말하라 한다면서울대 의대가 아니라 황 교수를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 교수가) 평생을 과학을 위해 일해오신 분이다보니 자신이 개발한 무균돼지가 과학의 핵심인 진리를 왜곡하는데 사용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신 것"이라고 해석한 후 "보고를 하고 쓰라는 것이지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무균돼지 배아 체세포가 황 교수팀에 전달된 과정 등에 대한 황 교수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 한둘이 아니다"며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03년 3월 이병천 교수를 미국으로 초청해 무균돼지 배아 체세포 40여 개를 건넸다. 당시 상황에 대해 황 교수는 지난해 5월 30일 서울대 강연에서 "마치 문익점이 붓두껍 속에 목화씨를 넣어오는 것과 같았다"고 말해 '몰래 가져왔다'는 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황 교수는 6월7일 관훈토론회에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무엇을 몰래 들여온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물론 미국에서도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세포를 가져간다는 것을 다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도 6월10일 가톨릭 의대에서 열린 '줄기세포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자리서 "황 교수팀에 준 무균돼지는 나를 찾아온 서울대 이병천 교수에게 어미돼지의 배를 갈라 직접 꺼내서 합법적으로 준 것"이라며 "몰래 준 게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이왕재 교수는 편지 관련 언론보도가 나간 후 김윤범 교수가 마치 황 교수를 공격하는 것처럼 내몰려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미생물학 및 면역학 분야의 권위자로 지난 195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의대를 거쳐 20여 년간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시카고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해 왔다.

특히 김 교수는 무균돼지 연구에 45년을 바쳤으며 1960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973년부터 무균돼지를 길러냈다. 미국면역학회와 미국생물학회 정회원이며 미국 무균동물학회 회장을 두 차례 역임했고 2004년에는 서울대로부터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균돼지 기증과 관련, 김 교수는 "한국의 연구팀이라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무균돼지를 보내면서도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으며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다"면서 "이는 인류를 위해 연구하는 데만 써달라는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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