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국바둑의 미래, 어둡지만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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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2국> ●·이동훈 8단 ○·커제 9단

1보(1~16)=일곱 명의 선수가 삼성화재배 16강에 올라 사기가 한껏 오른 한국은, 16강전 대진 추첨에서 이동훈과 중국의 1인자 커제의 대결이 결정되자 환호했다. 커제(1997년생)보다 어린 이동훈(98년생)이 한국 선수로는 드물게 대(大) 커제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서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더 어린 신민준(99년생)도 ‘한·중 바둑 미래천원전’에서 커제를 격파한 적이 있으니 한국바둑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돌을 가려 이동훈의 흑. 평범한 우상귀 소목으로 첫 수를 놓았을 때 무릎 안쪽으로 깊숙이 찌르고 들어온 2의 화점은 다분히 신경을 건드리는 수. 보통은 점잖게 좌상귀 쪽에서 받아주거나 기세를 드러낼 때는 좌하귀로 뻗어온다. 오랜 세월 승부 못지않은 예도의 바둑을 추구해온 일본이 세계 바둑을 이끌던 시절에는 이처럼 다른 빈 귀를 놓아두고 상대의 대각선 안쪽을 찌르고 들어오는 수법을 무례하다고 비난했었다. 수법의 발전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겪으며 승부의 서슬이 시퍼렇게 오른 현대 바둑에선 얼마든지 가능한 수다. 착수의 자유로움이 바둑의 본질이라는 데 이의는 없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상귀 정석 진행 중 9로 붙였을 때 백은 ‘참고도’의 진행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상변 14는 최신 취향. 과거의 정석은 A로 한발 더 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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