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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신문들 핵심 키워드는 소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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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30면

새해를 맞는 필자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신년호 신문 구입이다.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신문읽기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급격한 증가로 버스터미널이나 지하철 승차장 구석으로 퇴각한 신문가판대의 신문들을 찾아가는 것은 디지털시대의 정보 이용 행태로는 낙후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문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신년호가 미지의 새해를 이해하는 데 최적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믿음에서 떠나는 순례다.


2017년 1월 2일의 사설과 내용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핵심 키워드의 하나는 ‘소통’이다. 근래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와 건강한 공동체가 행복한 삶의 주요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소통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백가쟁명의 신문들이 이구동성으로 합창하는 소통이라면 새 시대의 방향도 들어 있을 것이다.


신년호의 소통은 관점·유형·방법에서는 다양하나 국정농단·촛불민심·탄핵심리와 관련된 사회적 차원의 소통을 다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언행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공적 소통 수단으로써 신문의 성격상 당연한 일이다. 말이나 글을 통한 소통이 사회구성원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발견해(아리스토텔레스) 건전한 사회생활을 이끌고(플라톤) 무지를 자각하고 공동의 진리 추구(소크라테스)를 하는 데 핵심이라는 건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미 오래전에 간파한 지혜이다.


신년호는 진단한다. 국민이 뽑고 싶은 대통령은 ‘소통하는 대통령’이며, “진심으로 국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할 때”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눈을 부릅뜨고 투표할 생각”이다(중앙일보). 유력 대선후보자들이 지녀야 할 능력의 첫 번째 기준도 소통이었다(동아일보). “박대통령의 과오는 사람에 대한 불신과 배제, 불통의 필연적 결과였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소통과 포용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한국일보)는 것이다.


앙시앙 레짐의 해체와 새로운 대한민국도 소통에서 찾는다. “부당한 권력을 끌어내리는 것 못지않게 촛불민심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소통에 근거해야 한다. … 촛불 시민의 집단지성, 다양한 방식의 국민대토론을 통해 국가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추려내야 한다.”(한겨레)


“돌이켜보면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배려하지 못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아집과 독선,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 소통이 있을 리 없다. … 보수와 진보는 대결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경쟁을 벌이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국민일보)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광장에서 서로 연결된 시민의 힘이었다. … 시민의 참여와 감시 견제가 없는 어떤 권력도, 어떤 선의도 박근혜 정권처럼 될 수 있다. … 우리의 권리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토론해야 한다. … 시민들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목소리다.”(경향신문)


소통은 자신의 의견을 비판하는 사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편협한 사고가 아니고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함께하려는 포용의 행동이다. 소통 없는 사회통합은 사상누각이다. 소통은 나만의 의미나 너만의 의미가 아닌 너와 내가 공유하는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소통은 나를 바꾸고 너를 바꾸고 우리를 바꾸고 나라도 바꿀 수 있다.


김정기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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