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에 뿌리내린 독자적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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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원시미술」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흔히 「선사미술」을 포함하여 「미개의 미술」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두가지 미술은 비록 서로간에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그 용어개념에 있어서는 다르다. 다시 말해서 원시미술이 「문화적」개념의 것인 반면 선사미술은 어디까지나 「역사적」개념의 것이다. 그리고 이 양자사이에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들 미술이 다같이「문명」의 세례를 받지 않은채, 이를테면 문명권 밖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명」이라함은 어디까지나 서구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문명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아프리카미술은, 예컨대「콜롬비아전기」의 미술처럼 문명권 밖에 머물러 있는 미술임에는 틀림없다. 이 광활한 지역에서는 유럽처럼 산업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늘의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그 지역 나름의 독자적인 문명을 키워왔고 또 거기에 준하는 전통도 지녀왔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원주부족 단위 사회가 폐쇄적인 것일수록 그 전통에 준한 엄격한 위계와 규율과 관례가 지켜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미술도 바로 그러한 위계와 규율과 관례 속에서 고도의 기술적 숙련도를 또한 갖추고 있어야 했다.
따라서 아프리카미술은 서투르다든지, 미숙하다든지 하는 의미에서의「원시미술」이 아니며 오히려 전통적인 규율에 충실한, 고도로 성숙되고 완성된 예술이다. 다만 그「완성」의 기준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아프리카미술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아프리카미술과 서구의 이른바 근대·현대미술과의 관계에 관한 문제다.
20세기미술에 끼친 아프리카 「원시미술」의 영향에 대해서는 그간 상당한 조명이 행해져왔다. 그리고 그것은 어김없는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아프리카미술을 오직 그「영향」이라는 관점에서만 이해하려고 할때 우리는 자칫 이 미술 본연의 가장 본질적 특성, 즉 그 창조적 정신성과 강렬한 원초적 생명력을 다같이 놓쳐버리는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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