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배역 공개경쟁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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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 오페라계도 공개 경쟁시대에 들어서 최근 들어 서울시립오페라단을 비롯한 각 오페라단들이 주요 배역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는 새로운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몇몇 이름난 성악가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오페라 주요 배역을 도맡던 시대가 지나가고 실력 있는 신진 성악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몇년동안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능한 신인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선발하고 나선 오페라단은 서울 시립·국립·김자경·현대 오페라단등이다.
지난85년 창단이후 공개 오디션으로 배역을 선정해온 서울시립오페라단(단장 김신환)은 지난 6월 제4회 정기공연이「퐁키엘리」작곡 『라 조콘다』의 타이틀 롤인 「조콘다」역 공개 오디션에서 소프라노 전희영·최성숙·김희정씨등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신인」들을 선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가장 보수적인 오페라단으로 손꼽히던 국립오페라단(단장 안형일)도 오는10월 공연예정인 「파스티에리」작곡 『칼버리』와 『시뇨르 델루조』의 주역·조역 15명을 모두공개 오디션을 거쳐 뽑았다.
올해 처음으로 신인들로만 이 같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국립오페라단은 앞으로 매년 신인들만의 오페라를 공연할 계획이다.
김자경오페라단도 올 연말에 공연할 예정인 청소년오페라 「메놋티」작곡 『아말과 크리스머스의 밤』『칩과 강아지』의 주역·조역을 맡길 청소년 음악도를 공개 오디션으로 채용했다.
올봄에 창단된 현대오페라단(단장 김진원)은 이미 20여명의 창단단원을 공개 채용한데 이어 오는 11월 공연예정인 창단기념공연 「베르디」작곡 『리골렛토』의 출연진을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오페라계는 그동안 공연된 오페라의 주역을 몇몇 유명 성악가들이 독점하다시피해 캐스팅을 놓고 많은 잡음을 일으켜왔다.
실력보다 유명도와 연줄에 따라 배역이 정해진다는 비판이 무성했으며 능력 있는 신인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외국오페라단은 공개 오디션이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있어 늘 신인을 발굴, 육성하고 무대에 세우고 있다.
테너 김진원씨는 『몇몇 유명 성악가들이 무대를 독점하는 풍토는 개선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유명도보다 실력이 앞서는 캐스팅제도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연출가 문호조씨는 『신인을 적극적으로 발탁해 일정기간동안 워크숍을 통해 재훈련 시킨 뒤 과감히 무대에 세우는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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