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가락을 「오늘의 노래」로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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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요는 삶과 일속에서 저절로 나온 노래다. 삶이 고달프거나 기쁠 때, 일이 힘들 때와 일의 결실이 풍요로울 때 민요는 불려졌다.
삶의 양태가 달라지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사라지고 잊혀져가고 있으나 민요야말로 우리민족 삶의 질서가 그대로 녹아든, 숨결이 담겨있는 노래다. 이러한 민요를 그 원형대로 보존·전승하고 나아가서 「오늘의 노래」로 창조해내는 일은 우리의 정서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 민요를 찾아내고 새롭게 창조하려고 하는 노력이 최근 들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시인 신경림씨를 비롯한 관심있는 사람들이 「민요연구회」를 만들어 민요부흥운동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전주·충주·부산·귀애등지에서 민요연구와 창조를 위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 고장의 정서를 이어온 대표적인 민요를 지켜내려는 지방문화인들의 노력은 전라도의 육자배기·농부가·진도아리랑, 강원도의 정선아리랑, 제주의 오돌또기·멸치 후리는 소리,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보존회를 만들어 전승에 힘쓰는 한편 놀이등을 통해 민요를 오늘에도 생명력있는 노래로 살려내려한다.
그 옛날 두 줄기의 물길이 함께 어우러지는 강원도정선의 나루터 「아우라기」에서 님을 찾아 강을 건너려는 처녀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실히 표현된 노래는 정선아리랑의 대표적인 노래다.
정선아리랑은 이 노래외에도 5백여곡이 더 전해지고 있다. 정선아리랑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오던 것중 1933년 6수가 기록되었고 60년대에 들어와 1백여수가 다시 채록되고 70년대에 들어 향토민요연구가 연규한씨등의 노력에 의해 5백여수가 넘게 채록되었다.
정선의 문화인들은 해마다 아리랑제를 열어(11회째) 정선아리랑을 이어갈 노래꾼을 선발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해 문화원의 여름강의를 통해 학생·일반에게 정선아리랑을 가르치게 했다. 한편 향토사학자들은 아리랑에 얽힌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 연구했다.
정선의 문화인들은 앞으로「정선아리랑보존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보존·전승에 나설 계획이다.
정선에서 보이고 있는 이 같은 민요운동의 양대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있다.
민요는 그 지역 정서의 뿌리를 보여준다. 정선의 민요연구가 연규한씨는 정선아리랑의 특징을 한마디로 「애조」라고 했다. 산골의 척박한 땅이 만들어주는 삶의 양태는 슬픔이었다는 것이다.
민요는 그 지역의 삶의 양태에 따라 표현의 양상을 달리한다. 농경사회나 어촌에서는 집단적으로 부르는 민요가 있고 이중에는 집단적 신명의 흥과 힘이 들어있는 가락도 있다.
민요운동은 단순히 옛 노래를 찾아내 다시 부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락의 줄을 찾아 우리의 노래를 만들자는 의욕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창작민요작업도 행해진다.
귀미 근로자들의 모임인「말뚝이」는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이 지역의 민요를 수집함과 함께 지역민요의 특성을 살려 노동의 현장에서 함께 부를 수 있는 민요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있다.<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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