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도 "러시아 대선개입 해킹"…트럼프-공화당 엇박자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보당국 담당자들이 현지시간 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목소리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해킹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 국장,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 마르셀 레트라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이날 "해킹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기밀이 해제된 정보를 포함해 관련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최측근으로 불리는 로저스 국장도 러시아의 해킹을 주장하고 나섰다. 로저스 국장은 사의를 표한 클래퍼 국장의 뒤를 이을 차기 국가정부국 국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파트너 나라들과 함께 어느 선까지가 허용이 되고 어느 선까지 허용도지 않는 사이버 행동인지 지속적으로 논의중"이라면서도 클래퍼 국장과 레트라 차관과의 공동 성명을 통해 "최근 대선과 관련한 해킹공격을 승인할수 있는 것은 오직 러시아의 고위 관료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앞서 트럼프의 국방·정보 참모인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도 지난 3일 CNN에 출연해 "러시아는 상관 없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울시 전 국장은 "하나 이상의 국가가 해킹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개입 여부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이란 등도 관련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위원은 "모든 미국인들은 러시아의 대미 사이버 공격에 주의해야 한다"며 "우리 민주주의를 향해 진행된 공격에 대해 조금도 빠져나갈 구속 없이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청문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민주당 할 것 없이 트럼프의 입장을 취하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는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어 CNN 등 외신들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상대로 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공식 트위터 계정]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공식 트위터 계정]

트럼프는 이러한 분석에 트위터를 통해 즉각 대응했다."많은 정직하지 않은 언론들이 내가 줄리안 어산지를 옹호했다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또 "내가 마치 정보당국을 싫어하고 대립한다고 거짓말하는데, 사실 난 정보당국의 팬이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앞서 "해당 해킹 공격은 러시아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 트럼프는 이러한 어산지의 발언을 인용하며 "러시아는 해킹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바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자국에 대한 이같은 무책임한 비난적 행위에 지쳤다"며 "혹시라도 '적'을 삼을만한 존재가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비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미국에 수차례 사이버 위협에 맞서 싸우는 데에 협력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