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경영 참여' 수용 파장] 재계 "외자유치 어떻게 하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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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장기 파업사태가 5일 노사협상 타결로 파국을 피하게 됐지만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노조의 힘에 밀려 경영권 참여 요구안을 일부 수용한 데 대해 산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반발 부른 경영참여 허용=노사 양측은 이날 협상에서 ▶주요 사업 조합에 사전 통보▶국내 생산물량 올해 수준 유지▶국내 생산공장 축소 및 폐쇄 노사공동위 심의.의결 등의 조항에 합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측이 한발짝 물러나 회사는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가 보장을 거부한 대신 노조는 인력 재배치를 노사 협의로 두는 실익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3대 핵심 쟁점에 대해 현대차가 파업에 밀려 대책 없이 양보해 그 부작용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응 상무는 "노사간 협의는 필요하지만 합의까지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며 "이런 임단협은 앞으로 현대차가 외자 유치를 할 때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도 "개별기업 차원에서 법과 원칙을 자꾸 허물어 가는 것은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려된다"며 "경영권 행사는 노조측과 협의할 필요는 있지만 합의할 사안은 아니다"고 단정했다.

◆기타 합의사항 및 타결 과정=최대 안건이던 주5일 근무제는 막판까지 시행 시기를 놓고 회사의 10월 1일(금속노조안)과 노조의 9월 1일이 팽팽히 맞섰으나 9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회사가 임금을 8만원 인상하고, 귀성 여비로 30만원을 지급키로 합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회가 주5일제 법안을 조만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이면서 노조 측도 더 이상의 부담이 없어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사 측이 지난달 제시했던 '파격적인' 임금인상안(기본급 인상분 9만5천원, 성과급 2백%, 격려금 1백%)보다 기본급을 3천원 올리고, 일시금 1백만원을 추가로 주기로 한 것도 한몫 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이사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노사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타결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여름 휴가로 '냉각기'를 가진 노조 측도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으로 번진 임단협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과 협력업체들의 호소가 쌓이고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집행부에 자칫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줄 수 있어 협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원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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