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 서남부 인구 123만 명의 철광 도시 판즈화(攀枝花)시 고위 공무원이 시 당서기와 시장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산 채굴권 관련 비리 내부조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전해져 3~4선 지방 도시까지 반(反)부패 캠페인 압박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관영 신화사와 사천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50분(현지시간) 판즈화시 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연초 업무회의 도중 천중수(陳忠恕·54) 시 국토자원국 국장이 총을 들고 난입해 장옌(張剡·55) 시 당서기와 리젠친(李建勤·54) 시장을 향해 총을 난사한 뒤 도주했다. 천 국장은 이날 오후 12시 33분 컨벤션 센터 2층 계단 인근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사체로 발견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화사 청두(成都) 지사는 5일 장 서기와 리 시장은 사건 즉시 응급 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사건 발생 즉시 시 공안국이 종합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피의자 천중수 국장은 1990년 판즈화시 기율검사위 감찰 부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5년 관할 현에서 판즈화 시 도시관리국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판즈화시 국토자원국 국장 겸 서기로 승진하면서 시 국토자원 업무를 총괄했다. 지난 2015년에는 ‘전국 국토자원 관리 계통 의법 행정 추진 선진 개인’ 표창도 수상했다.
현재 정확한 사건 동기는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기율검사위 지시에 따라 광산 채굴권 관련 전충수 국장 내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쓰촨성 남동부에 위치한 판즈화시는 철광석·티타늄·바나듐 등 각종 광산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티타늄과 특수강 소재인 바나듐 매장량은 각각 세계 1위와 3위다.
지인에 따르면 천 국장은 고집이 세고 다혈질에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로 회의 중 부하 직원의 휴대폰이 울리자 전화기를 뺏어 박살낸 일도 있었다. 천 국장은 최근 친구에게 당서기가 자신을 해코지하려 한다며 불평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총격을 당한 장옌 당서기는 2006년 쓰촨성 동부 쑤이닝(遂寧)시에서 판즈화시 부서기로 영전해 천중수 국장과 함께 일해왔다. 2015년 시 서열 1위의 당서기로 승진했다.
리젠친 시장은 국토자원부 감찰국 당서기 겸 국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낙하산 인사로 판즈화 시장에 부임했다.
SCMP는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반부패 캠페인을 논의할 중앙기율검사위의 연례 7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시 주석 취임 후 부패 연루 관리의 자살은 빈번했지만 고위 간부가 상급자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쓰촨성은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당서기를 역임한 지역으로 반부패 캠페인의 주된 타격 대상이 되어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