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어도 채산성 악화 인력난은 더 심해졌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수출은 다소 증가, 그러나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은 악화. 인력난은 여전. 환경의식 부족.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

지난 한 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매긴 성적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05년 중소기업 애로실태 종합보고서'에는 수출실적에서부터 인적자원, 자금실태, 경영 애로사항 등 중소기업들의 모든 현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사는 조합에 가입한 주로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 수출은 늘었지만=기협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04년에 비해 수출이 늘었다는 곳은 상반기에 44.8%, 하반기에 55.7%로 줄었다는 곳(각각 33.5%, 29.6%)보다 많았다.

그러나 수출 채산성 면에서는 '악화'됐거나 '다소 악화'라는 응답이 각각 70.3%와 51.3%로 '나아졌다'는 응답을 훨씬 앞질렀다. 수출업체들이 어려워진 데는 환율 하락 탓이 컸다. 40.6%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환율 문제를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응답도 28.8%였다. 과당 경쟁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중국 등 경쟁국의 시장 잠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73.7%의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했다.

◆ 인력난 지난해보다 심해져=중소제조업체 6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인원이 적정인원에 비해 부족하다는 곳이 전체의 41.4%였다. 36.5%의 기업이 인력 부족을 호소했던 2004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수치다. 적정하다는 곳은 53.7%, 과잉상태라는 곳이 4.9%였다.

인력부족 이유(복수응답)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39.2%) '중소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32.5%)이란 답이 많았다. 그 밖에 ▶해당 지역 취업대상 근로자 부족 및 지방근무 기피▶대기업 선호▶필요 인력 양성 부족▶잦은 이직 및 타업체의 스카우트▶열악한 작업환경 등도 중소기업 인력난을 부추긴다고 여겼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의 임금보조 및 복리후생 지원' '산업기능요원 배정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 홈쇼핑 횡포엔 '벙어리 냉가슴'=유통망 확보가 힘든 중소제조업체들에 홈쇼핑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다. 대리점 하나 없이도 제품만 좋으면 홈쇼핑을 통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 101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홈쇼핑 판매가 경영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77.2%나 됐다. 그러나 홈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약자'로서 횡포에 시달리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홈쇼핑사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는 판매 가격의 35.3%. 그러나 대부분이 이 밖에 판촉 등을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게 경품.사은품 제공(73.3%)이었으며 제작비 자체를 기업이 내는 경우도 67.3%나 됐다.

그 밖에 ▶ARS 주문할인비용▶반품 택배 비용▶판촉활동비 등도 중소제조업체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거래를 끊거나 줄이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곳은 30.7%에 불과했다.

◆ 국제 경쟁력은 '글쎄'=중소제조업체들이 스스로 평가하는 경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벤처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경쟁력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물은 결과, '자신이 있다'는 곳은 47.7%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로는 ▶납품단가 인하압력▶가격할인 경쟁 대응 한계▶자금조달 곤란 등을 들었다.

한편 환경 업무와 관련, 조사 기업의 3.6%만 부 차원의 전담 조직을 두고 있었으며 80% 이상은 담당자 한 명에게만 모든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었다. 국내외적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환경 경영에 대한 인식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