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안전한 세상 되게 성교육하는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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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인 출판사 ‘JDSBooks’ 박제균 대표
성범죄 뉴스 남 일 같지 않아 강사로 나서
교재·교구 만들고 한 해 6000명에 강연

유아용 성교육 교구를 들고 있는 ‘성교육하는 아빠’ 박제균씨.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아용 성교육 교구를 들고 있는 ‘성교육하는 아빠’ 박제균씨.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박제균(45)씨는 자신을 “성교육하는 아빠”라고 부른다. 블로그 이름도 ‘성교육하는 아빠’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LG·CJ 등에서 IT 분야 디자인 업무를 했던 그가 성교육 강사가 된 것은 순전히 딸 때문이다. “10년 넘게 기다려 얻은 딸, 지수가 안전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성교육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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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결혼한 지 꼭 10년3개월 만인 2011년에 아빠가 됐다. 그 사이 열두 번의 인공수정, 다섯 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세 번의 유산을 경험하며 부부 사이는 이혼 위기까지 치달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아이 없이도 서로 아끼며 잘 살아보자’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기적처럼 자연임신이 됐다.

그는 딸이 태어난 지 6개월쯤 됐을 때 회사를 그만뒀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집중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네다섯 시간밖에 아이 얼굴을 못 보는 직장생활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었다”고 했다. 1년만 아이와 함께 지내고 다시 취직하기로 아내와 의기투합했다.

박씨는 딸을 키우며 그림일기를 그렸다. 딸 키우는 행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그림일기를 본 아내가 동화책도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딸 지수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동화 ‘내 친구 피노노’의 탄생 배경이다. 그는 IT 업무를 했던 경력을 살려 이를 전자책으로 만들었고, 책 제작·유통을 위해 1인 출판사(‘JDSBooks’)도 차렸다. 재취업 대신 창업을 한 셈이 됐다. 그리고 ‘JDSBooks’ 이름으로 어린이용 성교육 교구도 만들기 시작했다.

“딸을 키우다 보니 성폭력·성추행 뉴스가 남 일 같지 않았어요. 딸을 보호하고 싶은 아빠 마음으로 뭔가 해야겠다 싶었죠.”

2015년 그가 만든 교구를 접한 한 아동복지센터에서 그에게 성교육 강의를 부탁했다. 무료 교육을 위해 꼬박 한 달을 준비했고, 강의는 이른바 ‘대박’이 났다. 이후 각 지역 교육청과 학교 등에서 강의 의뢰가 이어져 지난 한 해 동안 6000여 명이 그의 성교육을 받았다. 또 그가 ‘성교육하는 아빠’ 이름으로 지난해 1월 개설한 무료 성상담 카카오톡도 2000여 명이 이용했다.

그의 성교육은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성폭력·음란물·자위 등 부정적인 이야기만 계속하는 성교육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드라마 키스신을 보면서 ‘엄마 아빠는 이렇게 했는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훌륭한 성교육”이라고 했다.

그는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컴퓨터·휴대전화 등을 통해 어린 나이에 음란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부모 세대보다 훨씬 크다”면서 “성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선정적인 콘텐트를 접하기 쉬운 만큼 이를 보완하는 교육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학생에게는 ‘이성의 마음을 사는 법’을 가르쳐주며 남녀 차이를 설명하고, 고등학생에게는 피임법을 알려주면서 육아의 어려움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인 성교육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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