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의 대가 오승윤 화백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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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인상주의 회화의 대가 고 오지호(1905~82) 화백의 아들 오승윤 화백이 숨졌다. 66세.

오씨는 13일 오전 11시 38분쯤 그의 누나가 살고 있는 광주시 서구 풍암동 H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 배모(68)씨에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고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으며 아파트 8층 계단 창문이 열린 점 등으로 미뤄 오 화백인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내려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그의 한 유족은 오 화백이 전시회 문제 등으로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살까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승윤 화백은 아버지인 오지호 화백의 차남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자신도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교 3학년이던 59년, 전국학생미술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은 뒤 홍대 미대에 진학한 고인은 이후 10년 이상 거의 해마다 국전에 입선해 특선작을 냈다.

74년 전남대 예술대학 창설에 참여해 이 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80년 파리로 건너가 자신의 화풍을 세우는 데 골몰했다.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는 오 화백은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정색(五方正色)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을 남겼다. 99년 6월 작품 '풍수(風水)'가 프랑스 유력 미술지인 '위니베르 데자르'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고인은 최근엔 아버지 오지호 화백의 기념관(광주광역시 지산동 소재) 인근에 있는 자신의 화실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조선대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10시다. 062-231-8901

광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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