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무사한 내각 구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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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0 범국민대회를 가진지 오늘로써 꼭 1개월이 지났다. 확산일로의 시위사태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정국은 노태우대표의 6·29선언으로 일단 가라앉았다.
뒤이어 단행된 구속자 석방과 김대중씨등에 대한 사면·복권조치로 야권의 대통령후보 조정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는등 정국은 한결 분주해졌다.
그러나 민주화를 향한 대장정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 전도는 여전히 창창하고 험난하다는 사실에 눈을 돌리지 않을수 없다.
당장 시급한 것은 개헌협상의 타결이며, 그 다음은 정치일정의 순조로운 추진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여야정치인물이 국민의 뜻에 순응하겠다는 확고한 자세며, 각오다.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비추어 여권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노대표가 전대통령으로부터 당총재직을 이양받은 것은 「노체제」 구축을 위한 제1단계로 해석된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고 왜곡하던 사람들이 계속 그 자리에 눌러앉아 같은 입으로 민주화를 운위한다는 것은 우선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당직이건 내각이건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런 뜻에서 내각개편에 주목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새 내각이 앞으로 있을 선거를 공명정대하고 공평무사하게 치를수 있도록 짜여지는 일이다.
개헌이 오랫동안 이 사회를 들끓게 하던 정통성 시비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선거관리 내각이 중립적 성격을 띠어야 함은 당연한 요청이다.
한때 야당 일각에서 제기된 거국내각이 공정한 선거를 의한 강치로서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 정권이 엄연히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마당에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야당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국민을 승복시키려면 누가 보아도 당파성보다는 중립성이 강한 인사를 기용, 선거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승부가 어떻게 나건 후유증은 없어질 것이다.
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자는 요구면서 한편으로는 페어플레이에 대한 요구이기도하다.
선거를 전후한 모든 과정과 절차가 공명하고 공정해야만 국민의 정부선택권은 그 본래의 의미를 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의례 여당에는 집권 프레미엄이라는게 따랐다. 아무리 초당적 인사로 내각을 구성한다해도 입장과 시각에 따라 시비는 될수 있다. 그런 논란을 미리 막기 위해서도 이 문제에 관한한 정부·여당의 세심한 배러가 있어야 한다.
시국을 폭발직전까지 몰고 온데 책임이 없다고 할수 없는 사람이 제외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행정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은 정부나 여야는 물론 온국민의 힘을 합쳐 민주화란 벅찬 과제를 차근 차근 풀어가야할 중대 시점인 것이다.
누구보다 여권의 새 구심점으로 등장한 노대표는 그 자신의 다짐대로 야당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개각을 포함한 모든 정치현안 처리에서 민주화에 대한 그의 일관된 의지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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