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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군인이 아프다면 꾀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작년 9월 30일 논산훈련소에서 야간 행군을 하던 훈련병 길 모 이병이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더니 17시간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외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예비역 병장 노충국 씨가 전역한지 보름만에 위암 판정을 받고 숨진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이에 국방부에서는 ‘군 의료 서비스를 철저히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월 8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가 폐렴이 의심되는 증세로 입원한 또다른 훈련병 김 모 이병(20)이 알 수 없는 증세로 또 숨졌다. 사안이 이 정도까지 왔다면 물리적인 방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찾아 보았다.

군에서 사고를 제외하고 병으로 갑자기 사람이 죽는 사건은 사고자가 훈련병일 때 많이 나타난다. 군 복무를 전 군대의 상황을 파악하는 정보부대에서 마쳤다는 박모씨(24)는 ‘하루에 한명씩 사고자가 나왔는데 그 중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훈련병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작년 4월과 6월 두 기수 차이로 진주 공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한 명씩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의 사망원인은 ‘폐렴 의증’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신문 사회면에서 조금 다루어지는가 싶더니 금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 후 죽은 훈련병 중 한 명과 같은 내무반을 썼다는 강모씨(23)는 이 사건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애가 몇 주 동안이나 시름시름 앓았죠. 처음에 신병 교육대에서는 꾀병이라며 진료를 허락하지 않다가 애가 심상치 않자 그제야 병원으로 보냈어요. 병원에 간 이후에도 계속 약을 받아 먹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죠. 그런데도 훈련은 계속 받다가 밤에 어느날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가더니 다음 날 죽었다는 소식이 오더라구요’ 그러면서 이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는 ‘죽은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아프면 눈치보지 않고 무조건 병원으로 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군 의료 서비스가 부실한 이유로 그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 의무병으로 복무했던 손모씨(23)는 ‘의사의 수는 적고 환자는 많으니 진료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급한 상황에서 ‘군의관의 대처가 잘못돼 살릴 수도 있었던 사람이 죽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예가 많다. 그래서 국방부는 예산을 투입해 군 병원을 새롭게 하고 전문 인력을 많이 두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는 큰 요인으로 아프다고 하면 일단 꾀병을 의심하는 군대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다. 작년 3월 제대한 학생 추모씨(25)는 ‘아프면 군대 간부들은 일단 꾀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원을 차라리 가지 말자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적인 해결책 못지 않게 아프면 눈치보지 않고 정당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남성들이 군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병사들이 민간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군인은 국가의 재산이라고들 말한다. 그 재산에 대한 관리가 온전히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요즘에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군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군 의료에 대한 문제도 여기에 들어가 있다. 많은 돈을 들여 장비를 최신식으로 바꾸고 인력도 대폭 충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못지 않게 군인이 아플 경우 우선 꾀병인지를 의심하는 생각부터 고치는 의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손동우/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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