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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불기만 하면 폐암 진단…CCTV로 범인 잡는 A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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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선정한 10개 기술

고속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을 보고서도 진출로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하늘에 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이 10m 단위의 부정확한 위치정보를 주기 때문에 복잡한 갈림길에선 내비게이션도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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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만간 이런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대전 대덕특구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차범위 70㎝ 이내의 ‘초정밀 GPS 위성 보정시스템(SBAS)’을 개발하고 있다. 고도 2만2000㎞ 우주에 떠 있는 위성에서 내려오는 위치정보 신호를 국내 7개 기지국에서 받아 중앙처리국에 보낸 뒤 위치정보 보정값을 산출해 다시 위성에 쏘아올리고 내려받는 방식이다. 남기욱 항우연 SBAS사업본부장은 “SBAS는 일반 차량이나 항공기의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 기술인 자율주행자동차·드론 등에 필수적인 시스템”이라며 “올해 내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2020년 개발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2017년에 우수한 성과를 낼 연구 10선을 발표했다. SBAS처럼 해묵은 생활형 숙제를 해결할 기술이 대부분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11월 국내 퀴즈왕들과 ‘장학퀴즈’ 대결에서 승리한 언어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CCTV 동영상 속 대상을 분석해 추적할 수 있는 시각 인공지능 ‘딥뷰(DeepView)’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4월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특정 CCTV 동영상 속 인물이나 차량을 인식하고, 다른 동영상 속에 나타난 대상이 같은 개체임을 인식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기존에는 여러 곳에 CCTV를 설치해도 건물에 들어온 침입자를 찾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워 동영상을 돌려 보며 분석해야 했지만 인공지능인 딥뷰 기술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정길호 ETRI 성과홍보실장은 “올해 안으로 인공지능 관련 글로벌 콘테스트에 참가해 중간 성과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올해 말을 목표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질병 진단을 할 수 있는 고정밀 호흡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기체 분자 1000만 개 중 1개를 인식하는 ppb 수준의 고정밀 반도체 센서를 이용해 호흡 속에 묻어 있는 유·무기 가스를 찾아 만성폐쇄성질환이나 폐암·폐결핵 등을 진단한다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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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연구소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뛰어난 김치 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 WIKIM28’ 개발을 마무리하고 민간 기업과 기술이전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이 유산균은 아토피 피부염 동물모델 실험에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약 40%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이 밖에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나노미터 단위의 시료를 빛과 전자로 동시에 관찰하는 ‘고분해능 광전자 융합현미경’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나노미터급의 미세한 구조체를 입체적으로 프린팅할 수 있는 ‘전기전자소자용 3D프린터 및 잉크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그래픽 참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홍성주 연구위원은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 역량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며 “연구가 국가의 성장엔진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과학계와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국가 과학기술경영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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