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건전 "노가바"운동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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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폭력 폭력 씨를 말리자/폭력 폭력 씨를 말리자/퍼져라 비폭력 멀리멀리 퍼져라…』 유명한 동요 『퐁당퐁당』의 곡에다 붙인 가사다.
80년대의 대학가에서 그와같은 개사곡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유행가·동요에 풍자적인 가사를 넣은 개사곡 뿐만 아니라 『선봉에 서서』 『5월의 노래』등 전투적인 노래로부터『타는 목마름으로』『새』등 시인 김지하씨의 작품을 비롯, 소위 민중시에 곡을 붙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현실을 드러내는 노래들이 대학가에서 불려졌다.
이들 노래들은 대부분 그 진원지와 작곡가의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채 구전돼왔다.
민중문학·민중미술등과 함께 80년대 문화운동의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고있는 이 노래들은 민주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제 「노래운동」이라는 하나의 문학현상으로서 작품의 양적 확보는 물론 이론적 체계화 작업도 활발하다.
70년대 김민기씨의 『아침이슬』등 비극적 서정성에서 80년 광주를 노래한 『5월의 노래』로 이르는 과정은 개인적 한의 세계에서 집단적 운동성을 강조하는 변화과정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현상은 「개사곡」으로 학생들은 이를 「노가바」(노래가사 바꿔부르기)라고 약칭한다.
대중매체가 쏟아내는 유행가의 가사를 현실 비판적인 내용으로 바꿔 익숙한 멜로디를 이용, 「작자성」을 쉽게 확산하는 방법으로 채택한 것.
특히 노동현장에서 이 개사곡들은 빠른 전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창작주체를 알 수 없는 노래들이 많이 불려지고 있는데 김민기씨의 노래들과 함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고 있다. 『5월의 노래』『선봉에 서서』등이 그 대표적인 예. 이는 서울대의 「메아리」, 성대의 「소리사람」, 연대의 「울림터」등 노래모임이 정기적으로 갖는 「노래촌극」등을 통해 발표됐다.
또 이들 노래들은 시위의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재생산돼 「노래」가 갖고 있는 유동성이 충분히 활용됐다. 그러나 시국의 변화에 따라 대학생들에 의한 「노래극」의 창조작업은 건전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78년 동일방직사건을 소재로 한 김민기씨의 『공장의 불빛』이 그 시작이랄 수 있는 「노래극」은 전통적인 마당극 형식처럼 무대와 관객의 구분이 「노래」의 유희성에 의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현재 노래운동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학생·근로자만의 노래가 아닌 일반인들도 함께 부를 수 있도록 유도될 수 있느냐 하는것. 그렇게 되자면 대중적 서정성을 확보해야하고 내용의 경직성을 벗어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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