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제르바이잔 父子 세습 합법적이면 문제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북한 정권의 부자 세습에 대해 줄곧 비판해온 미 국무부가 4일 "부자간의 정권 이양이라도 헌법에 맞고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표명했다.

발단은 이날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에서 필립 리커 부대변인이 "아제르바이잔의 하이달 알리예프 대통령이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를 총리로 지명했고, 이것이 의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다.

카스피해 연안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원유 공급 통로인 데다 러시아와 인접한 안보상의 위치 때문에 그동안 미국이 나름대로 공을 들여왔던 나라. 알리예프 대통령은 중병으로 지난 7월부터 병원에 입원 중이고, 유고시에는 총리가 대통령직을 승계토록 돼 있다.

리커 부대변인은 "아제르바이잔 헌법 제118조에 따라 민주적 절차로 임명됐으며, 앞으로 미국과 아제르바이잔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무심코 답했다.

그러자 "세계 각국의 부자 세습을 비판해온 미국이 왜 이 나라에는 미온적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그가 '헌법과 민주적 절차'라는 말을 계속 되풀이하자 "북한도 자기들 헌법에 따라 세습했는데 그럼 문제없는 것이냐"는 말꼬리까지 잡혔다.

결국 그는 "북한 헌법을 잘 모른다. 그리고 그건 사정이 좀 다르지 않으냐"며 옹색하게 브리핑을 마쳐야 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