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실제발음대로 표기-국어연구소,「표준어 개정안」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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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어연구소(소장 김형규)는 맞춤법개정 시안에 이어 표준어 개정시안에 대한 검토위원회 (소공청회)도 마감함으로써 지난달 30일 표준어 개정안을 확정시켰다.
검토위원회는 △표준어는 내년 국어심의회안과 사전표기의 두가지에 따름을 원칙으로 하고 △이 원칙에 따라 표준어 심의회가 재조정하되 원칙을 벗어난 결정은 전원합의제로 하며△심의과정에서 결정되지 못한 것은 표준어 예에서 제외하고 앞으로 결성될 표준어 사정의원회에 넘긴다는 세가지 표준어 검토기준에 의해 심의했다.
이에 따르면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했다. 전체체제는 「표준어 개정안」과 「표준발음 법안」으로 대별, 「표준어 개정안」은 3장11절26항, 「표준발음 법안」은 7장29항으로 돼 있다. 이 개정안은 △종래의 표준어와 현실언어와의 차이가 매우 커진 것 △사전에 따라 표준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주요 논의대상으로 했다.
개정안은 우리말의 변천을 반영, 표준어를 현실음대로 하여 남비→냄비, 셔요→세요, 호루루기→호루라기로 하였다. 또 우리 인식에서 딸어진 한자어의 어원을 밝히지 않고 미류(미류) 나무→미루나무, 주착(주착)→주책으로 하였다.
한가지 대상어에 복수표준어를 허용, 「가뭄」과 「가물」,「넝쿨」과 「덩굴」, 「가엾다」와 「가엾다」,「땅콩」과 「호콩」등은 둘다 인정키로 했다. 표준어 사정을 위해 처음마련된 「표준발음 법안」은 총칙·자음과 모음·음의 길이·받침의 발음·음의 동화·경음화·음의 첨가 등으로 나눠 규정했다.
국어연구소는 이 개정안에 기초하여 앞으로 표준어 사정위원회를 구성, 오는 89년말까지 고유어 약5만어휘의 표준어를 심의 결정, 3차에 걸쳐 「표준어모음」을 펴낼 계획이다. 그후 한자어에 대한 표준어 작업도 편다.
한편 한글맞춤법 개정안 중심의가 보류됐던 부분에 대한 조정은 대부분 시안 내용대로 낙착됐다. 「가깝다」는「가까워」 「가까웠다」로,「괴롭다」는 「괴로워」「괴로웠다」로 활용되며 「책이 아니오」는「책이 아니요」로, 「그렇지않은」의 준말은 「그렇잖은」으로 적는 등 어원을 지나치게 밝히기보다 실제발음에 따르도록 했다.
아뭏든 지난 70년 시작한 맞춤법과 표준어에 대한 손질작업은 그간 「국어심의회안」 「학술원안」을 거쳐 장장 18년만에 국어연구소안으로 확정됐다. 심의과정에선 실제 발음에따른 국어현실을 반영하려는 국어연구소측과 실생활에 불편이 없는 한 현행 맞춤법을 고수하려는 검토위원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글맞춤법 및 표준어 개정안은 해설서를 첨부해 8월말까지 문교부에 제출되며 문교부는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연말안으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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