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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장률 전망, 외환위기 이후 첫 2%대 추락…20조 재정보강 등 대책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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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에서 2.6%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가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대를 제시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처음이다. 3%라는 성장률 전망치의 마지노선을 포기할 정도로 내년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6~2017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내년 한국 경제는 매우 부진했던 올해보다 더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나 낮아진 이유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증대와 민간소비 및 건설투자 둔화로 인한 내수 둔화 등이 제시됐다.

경제성장률에 GDP디플레이터(물가지수)를 더해 산출하는 경상성장률도 올해 4%에서 내년에는 3.8%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와 고용 사정도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2.4%로 예상되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내년 전망치가 2%로 더 낮아졌다. 취업자수도 올해 29만명에서 내년 26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 관측이다.

특히 그 동안 한국 경제를 간신히 지탱해왔던 건설투자조차 증가율이 올해 10.8%에서 내년에는 4%로 추락할 것으로 점쳐졌다. 올해 마이너스였던 설비투자와 수출은 내년에 상승 반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것만으로 경제를 살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날 함께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장단기 대책들을 대거 담았다. 정부는 당장 20조원 이상의 공공자금을 풀어 ‘응급처방’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올해 초과세수에 따른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정산분 3조원을 내년 4월 이전에 전액 교부해 지자체들이 내년에 집행하도록 하기로 했다. 재정집행률을 당초 계획보다 1%포인트 확대해 3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전력기금도 3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33개 공공기관들도 내년 투자액을 7조원 증액할 예정이고,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들도 올해 179조원이었던 정책금융을 내년에 187조원으로 8조원 늘리기로 했다.

고용 확대 정책들도 마련했다. 국가가 앞장선다는 의미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정원을 1만명 증원하고 공공부문에서 6만명 이상의 인원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3~6%인 고용창출 투자세액 추가공제율을 내년 1년간 한시로 4~8%로 상향 조정한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게 세금을 더 많이 돌려주는 방법으로 고용 확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취지로 청년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주어지는 세액공제액은 200만~500만원에서 300만~700만원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부여하는 세액공제액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려준다.

장기 성장률 토대 복원을 위한 중장기 대책들도 담았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서민근로자가 결혼하면 50만원을 세액공제해주는 혼인비용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한다. 부부가 모두 급여생활자면 1인당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바닥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의 전제 요건인 결혼부터 늘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세 자녀 가구 중심으로 운용됐던 다자녀 정책도 두 자녀 가구 중심으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2015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24명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타깃을 옮긴 셈이다. 한 자녀 출산 후 추가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대원칙 하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4차 산업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4차 산업 육성을 총지휘할 콘트롤타워인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가 신설되고 신산업분야에 대한 세제 혜택, 정책금융의 집중 공급 등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보다 내년에 내수와 고용 상황 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정책방향에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담았다”며 “경기위축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초부터 리스크 요인들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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