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측은 정부· 여당이 만약 국회의원 총선거로 국민의사를 묻는 방식을 택할 경우 다소 난감한 사정인 것 같다.
이미 6·10이후 과시되기 시작한 국민열기를 바탕으로 단숨에 직선제나 또는 선택적 국민투표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여권의 총선 방안이 거론되는데 대해 당장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으며 민정당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을 집중하고있다.
일부강경파는 피플파워가 발휘되기 시작했으므로 새로운 정권종식 투쟁을 전개해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국민운동본부 측이 6·26이전까지는 국민의 뜻을 결집시키는 투쟁단계였지만 이제부터는 「정권자체」 를 공격대상으로 간주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강경론의 흐름을 탄 것이며 그것이 민주당내 강경파의 주장을 뒷받침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들은 총선안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런 선거는 치러질 수 없을 것』 이라고까지 경고하기도 한다.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의원들은 『국민의사를 직접 묻겠다는데 대해 우리가 거부할 수만은 없을 것』 이라고 결국은 이 안을 가지고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협상까지 이르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고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법등 논의할 사항들이 워낙 많아 정치협상이 제대로 안되면 또 시간 벌기 작전에 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김영삼 총재도 『총선방식은 선거법을 새로 논의해야 하는 등 복잡하기만 하다』 고 난색을 표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안이 일종의 선택적 국민투표성격을 지닌 방식인데 다가 국민의 투표에 의해 결정한다는데 끝까지 반대하다가는 오히려 명분에 .몰릴 것으로 본다. 때문에 다만 앞으로 대응전술상 일단 거부는 하더라도 정부·여당이 끝까지 밀어붙이면 선거 부삼으로 까지 갈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내부적으로는 강경파나 재야 등에서 선거보이코트를 들고 나오더라도 국민의 관심의 초점이 모두 선거로 쓸릴게 뻔하기 때문에 결국 참여투쟁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협상이 안되더라도 현행헌법으로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해산하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총재가 총선안에 난색을 표하면서도『어떤 선거에도 참여한다』 든지, 『무슨 선거에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한 것으로 보면 대통령직선제를 공약으로 들고 나가 이른바「선거혁명」을 추진한다는 결론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다만 이럴 경우 사면·복권이 안된 김대중씨의 처리문제, 그리고 양외투쟁을 밀고 갈 국민운동본부·운동권 등의 제동이 없겠느냐는 문제가 있어 야권이 복잡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재야 쪽은 강경 장외투쟁방식을 계속 밀고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도 김대중씨의 사면·복권이란 난제를 수습하지 못하면 다시 분규의 늪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민주당이 선거참여 쪽으로 가기 어려우므로 이것이 대여협상의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구 조정, 공정한 선거제도 확립 등을 위해 민주당이 협상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불참하고 선거에 이를 이용할지는 오히려 선거기술상의 문제일 뿐일 것이다.

<허남진·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