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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으론 못 버텨…외환·IB·신탁 확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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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자수익에만 기대서는 미래 없다. 외환과 투자은행(IB), 신탁 부문을 확실하게 키우겠다.” 김도진(57·사진) 신임 기업은행장의 취임 일성이다. 김 행장은 28일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현재의 금융환경은 풍전등화”라며 “기존 관행을 벗어나는 ‘변화’와 ‘혁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으로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 급증하는 가계부채, 보호무역 확산, 4차 산업혁명, 새로운 금융플랫폼의 도입 등을 꼽았다.

김도진 신임 기업은행장 취임

김 행장은 “중소기업 보호·육성이라는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지금보다 더 강하고 탄탄한 은행이 돼야 한다”며 “영업채널을 조정하고, 적자 점포를 줄이는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은 더 이상 은행만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보험 등과 합쳐서 세심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구조를 바꿔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진출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중소기업금융 관련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 문화가 비슷해 현지화가 가능한 곳에 역량을 집중해 인수합병(M&A)과 지점 설립, 지분 투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해외 이익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 역대 4번째 내부 출신 수장이다. 23대 조준희 전 행장, 24대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내부 승진 사례기도 하다. 1985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그는 전략기획부장, 카드마케팅부장, 기업금융센터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4년부터는 경영전략그룹장(부행장)을 맡았다. 내부에선 “영업 현장을 잘 알고,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 나온다.

김 행장은 노사 관계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최근의 잡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성과연봉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라며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법원의 결정에 따라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7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업은행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도입안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도입 자체를 중단할 만큼 급박한 위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도입의 절차적 정당성을 다룰 본안 소송이 아직 남았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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