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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빛낸 기업들] 대형 M&A, 글로벌 진출 … 기업들 ‘희망의 빛’ 찾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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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의 기업인 한화큐셀은 올해 매출 목표 3조원, 영업이익 10%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라이프치히 인근 탈하임에 있는 한화큐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연구원이 완성된 태양광 패널 시제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 한화큐셀]

태양광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의 기업인 한화큐셀은 올해 매출 목표 3조원, 영업이익 10%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라이프치히 인근 탈하임에 있는 한화큐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에서 연구원이 완성된 태양광 패널 시제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 한화큐셀]

조선산업 구조조정,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이어 재계 전체를 뒤흔든 ‘최순실 사태’까지….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내수부진 속에서 시작한 병신년(丙辛年)은 연말까지 시종일관 험난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 해운업 사태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 재계 울상
실물경제 난조에 사실상 0%대 성장

중국 등에 공장 짓고 현지 시장 공략
IoT·AI 등 4차 산업혁명 적극 나서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각종 지표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에 그치는 등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기저 효과로 1.2% ‘반짝’ 성장했던 지난해 3분기를 빼놓고 보면 사실상 2년째 0%대 저성장 기조다.

이는 일시적이 아닌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한상의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 주력산업에 속하는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은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드는 쇠퇴기 내지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삼성과 현대 등 적지 않은 국내 대표 기업들이 올 한해 신규시장 개척과 신기술 개발, 인수 및 합병(M&A)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기아차, 글로벌 신시장 개척 가속=현대기아차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신시장 개척으로 극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중국 내 네 번째 공장인 연산 30만대 규모의 창저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또 내년에는 중국 내 다섯 번째 공장인 충칭 공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창저우 공장을 활용해 베이징 및 허베이성을 포괄하는 중국 수도권 지역 대표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굳힌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충칭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중국에서 연간 181만대(승용차 165만대, 상용차 16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차는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남미의 교두보인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공장을 건설해 지난 5월부터 준중형 차급인 K3(현지명 포르테)의 양산을 시작했다. 이로써 기아차는 미국 34만대, 중국 89만대, 슬로바키아 33만대, 멕시코 40만대 등 총 196만대의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기아차는 40만대 규모의 멕시코공장 완공으로 기존 49% 수준이던 해외생산 비중을 55%로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 상황에 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선도해 나갈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M&A로 영토 확장 나서=삼성전자는 대형 글로벌 M&A를 통해 제2의 도약과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올 한해 M&A한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의 고민과 미래 방향이 보인다.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전기자동차가 그 화두(話頭)다. 지난 6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를 시작으로, 같은 달 캐나다의 디지털 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 8월에는 미국 럭셔리 가전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했다. 여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전통 축 중 하나인 가전부문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이 사이 7월에는 중국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용 부품 등을 생산하는 BYD에 30억 위안(약 5185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대형 M&A는 하반기에 이어졌다. 9월에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를, 11월에는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 인수 금액은 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 달해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비브랩스는 그간 삼성전자에서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뒤쳐져 왔던 인공지능 분야에 본격적인 활로를, 하만 인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game-changer)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전장사업 분야로 삼성의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의도였다.

◆LG,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강세 보여=LG그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신성장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과 2차전지가 그 핵심이다. LG전자는 고효율 태양광 모듈 사업에서 구미공장 생산라인에 2018년 상반기까지 5200여억원을 신규 투자해 생산 라인을 6개 증설해, 총 14개의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로써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1GW급에서 2020년 3GW급으로 3배 확대될 예정이다. 3GW는 4인 가구 기준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연간 전략량과 맞먹는다. LG전자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 처음으로 제품을 출시한 이후 미국·일본·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2차전지 분야에 약 8000억원 규모의 설비를 투자했다. 덕분에 전지부문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1조623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신기후체제 속에서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신산업 시장이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2차 전지 공급물량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화, 세계 최고 태양광기업 인수하고 신흥시장 공략=한화그룹도 태양광 사업을 통해 그룹의 신성장엔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2010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솔라펀파워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으로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2년엔 당시 세계 최고의 태양광 기업으로 통하던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지난해 초에는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셀 생산규모 세계 1위에 올랐다. 또 충북 진천에 1.4GW 규모의 셀 공장, 음성에 1.5GW 규모의 모듈공장을 신설해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 뿐만 아니라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 공략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산업 트렌드를 살펴보면 과거 원가 절감 등 가격경쟁이 주가 되던 시기를 지나 혁신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첨단기술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이코노미스트는 “산업간 경계를 뛰어넘어 고부가가치 융합분야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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