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고 불안한 막 개통한 상주~영덕 고속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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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40분쯤 경북 영덕군 강구면 상주~영덕 고속도로 영덕IC 인근에서 3중 추돌사고를 당한 아반떼 승용차가 크게 부서져 있다.  [사진 경북지방경찰청]

27일 오전 11시40분쯤 경북 영덕군 강구면 상주~영덕 고속도로 영덕IC 인근에서 3중 추돌사고를 당한 아반떼 승용차가 크게 부서져 있다. [사진 경북지방경찰청]

지난 26일 개통한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 직후부터 '불안한 고속도로'란 오명을 썼다. 개통 이틀 만에 이용객 1명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해서다. 개통 직전에도 공사 관계자 1명이 숨졌다.

'속터지는 고속도로'란 비판도 있다. 고속도로가 기존보다 이동 시간을 훨씬 앞당긴 것은 맞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끝나는 영덕IC 인근에서 병목현상이 심해 교통정체가 빚어진다. 개통 첫날인 26일 상주~영덕 고속도로 이용객들은 영덕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렸다. 국도를 이용하는 게 더 빨랐던 셈이다.

고속도로 개통 다음날인 27일 오전 11시40분쯤 경북 영덕군 강구면 원직리 상주~영덕 고속도로 영덕IC 인근에서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이모(76)씨가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 이씨와 함께 타고 있던 4명은 부상을 입었다. 아반떼 승용차가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정차 중이던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으며 일어난 사고였다.

상주-영덕 고속도로.

상주-영덕 고속도로.

아반떼엔 이씨를 포함해 70·80대 노인 5명이 타고 있었다. 개통 직전인 24일에는 고속도로 공사 관계자가 자신의 SUV 차량을 타고 터널을 달리다 공사 설비를 들이받아 숨졌다. 이날 오전 6시45분쯤 경북 청송군 파천면 파천3터널을 달리던 정모(57)씨는 터널에 세워져 있던 리프트를 피하지 못하고 추돌했다.

원래 이 고속도로는 23일 오후 6시부터 개통될 예정이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의성휴게소에서 개통식도 열렸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개통식 도중에 마이크를 들고 "고속도로 개통하는 날짜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25일 자정(26일 0시)에 개통하게 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곳곳에 공사 마무리 되지 않은 흔적이 보였다는 게 이유다. 실제 일부 구간에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지 않았다. 도로 위에 공사 자재가 치워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틀 이상 개통을 미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예측한 수요보다 훨씬 많은 차량이 몰려들었다. 26일 오후 1시 고속도로를 이용한 지모(57)씨는 "상주에서 출발해 영덕IC 2.5㎞ 전까지 도착하는 데 5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지점부터 갑자기 지·정체가 시작돼 거의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지씨는 영덕IC를 빠져나오는 데 1시간30분가량을 허비했다. 이날 하루 영덕IC를 이용한 차량이 5544대에 달했지만 톨게이트엔 하이패스 통행구간 1곳, 요금소 1곳뿐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뒤늦게 갓길 비상차로에 임시 요금소 1곳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27일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한 김모(50)씨는 "개통하자마자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니 소위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렸던 옛 88올림픽고속도로(현재 광주~대구 고속도로)가 떠오른다"며 "지·정체 구간을 해소하고 철저히 관리해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 측은 "개통 초기에 차량이 몰리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진 만큼 전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경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와 함께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다"며 "지·정체 구간 위험을 알리는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등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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