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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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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국이 격동하고 있지만 경제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직은 정치적 위기나 사회적 혼돈이 그 동안 이룩해 놓은 경제기반을 크게 흔들지 않고 있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그 충격파가 경제를 어지럽히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널리 깔려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날 국내 정정이 소용돌이 쳤을 때 그 충격이 경제에 파급되어 수습에 애먹었던 경험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5·16」·유신 때가 그랬고, 「10·26」 사태 때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경제의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우리를 둘러싼 국제경제 환경이 중요한데 나라안이 시끄러우면 이 같은 환경이 경화되기도 하고 급냉하기도 한다.
현 시국과 관련해서도 경제에 대한 파급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의 정치위기가 경제에 악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루빨리 이 악재를 수습하여 경제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의 하나라도 정치적 불안이 경제안정을 저해하게되면 우리는 또 몇년을 고생해야할지 모른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안정이 국민의 안녕을 위해 필수적인데 우리의 경우 적어도 현시점에서 어느 한 분야도 마음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불안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뒤진 정치」를 개탄한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우리의 자존을 떠받쳐 주는 것이 경제라는 뜻일 것이고 만일 경제까지 흔들리게 되면 큰 일이라는 경구가 아닐 수 없다.
경제 난국을 극복하지 못해 3등 국가로 전락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중남미의 역사를 우리는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지금 국민들은 정치 현실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안정이 어느 한순간이라도 동요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하나같이 바라고 있다.
우리경제는 「개미의 역사」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벽돌 한장 한장을 쌓아올려 이제 신흥공업국의 선두주자로, 상위중진국으로 발돋움하여 선진권 진입의 문턱에 와 있다. 정부, 기업가, 근로자들의 시련과 도전, 그리고 각고의 결정이다. 지나온 역정을 회고하며 감회에 젖어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위기시국으로 자칫 하다가는 경제의 일각이 무너져 내릴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날 어떤 경제적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고 우리 경제의 기초·활력·잠재력·복원력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충격은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는 수성이 어렵고 어느 한구석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정불안 때문에 수출주문, 관광객, 해외송금 추세가 주목되고 해외 증시에서 코리아펀드 시세가 폭락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한 경제제재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산재한 난제들로 취약한 경제에 정치문제 때문에 불안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투자마인드 위축, 일부 시위에서 나타난 것 같은 경제교란 행위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3저의 역파고가 우려되고 가열되는 무역전쟁으로 시련기에 점한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정치적·사회적 불안의 완충을 위해서도 「경제의 둑」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된다. 정치인들은 선결과제인 정치매듭을 잘 풀어야 되고 누구나 경제현실의 동제와 함께 위기극복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긴요하다. 각자 경제를 생각하는 자세를 가다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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