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스날만 16강에 강팀을 만나나 … 챔피언스리그 조추첨 조작 의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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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avanguardi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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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스페인 언론이 공동 작업을 통해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조 추첨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지 ‘라 반구아디아’는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확률을 계산했다. CERN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과학자의 공동 연구를 통해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등 현대 과학의 첨단에 서 있는 연구소다.

CERN 연구원들의 통계 분석 결과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챔피언스 리그의 조 추첨 결과의 확률은 3σ(시그마)와 5σ의 사이라고 추정했다. σ는 통계에서 표준편차를 뜻한다. 3시그마는 정규분포곡선 상 평균에서 표준편차의 3배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확률을 뜻한다. 750분의 1의 확률에 해당한다. 5σ의 경우 350만분의 1의 확률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 예시로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의 레알 마드리드가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의 상대팀을 만난 확률을 계산했다. 준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가장 약팀으로 보이는 맨체스터 시티와 만났고 두번째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유리한 결과를 받았다. 이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6분의 1이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는 홈-어웨이 2차전으로 승부를 가리는데 두번째 경기를 홈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1차전 경기 후 결과를 보고 홈에서 작전을 준비할 수 있고 비겼을 경우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홈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8강전에서 레알마드리드는 볼프스부르크를 만났고 다른 7개 팀 중 가장 약팀으로 알려진 팀이었다. 이 경기 역시 2차전을 홈에서 치렀다. 이 경우 확률은 14분의 1이었다.

16강의 경우 마드리드는 로마와 경기를 치렀다. 로마는 바르셀로나에게 6대1로 패배한 팀으로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되는 팀이었다. 16강은 1위팀이 자동적으로 2차전을 홈에서 하고, 같은 리그의 팀과는 붙지 않으므로 이 경우 확률은 7분의 2였다. 이 모든 확률을 곱할 경우, 마드리드가 각 토너먼트 단계마다 약팀만 만나고 가장 유리한 상황에서 결승까지 올라갈 확률은 294분의 1로 계산된다.

이같은 결과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서는 나오기 힘든 결과라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강팀들끼리는 아래 단계에서 만나지 않고 서로를 피해가며 약팀과만 만나는 것이 확률적으로 볼 때는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변을 없애는 대신 강팀의 승승장구를 가능케 하는 이러한 결과는 챔피언스리그 흥행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체는 “이 결과는 챔피언스 리그의 조 추첨 조작의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FIFA 전 회장인 제프 블래터는 “과거 유럽대항전에서 조 추첨 조작이 있었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며 “공의 온도를 달리하는 방법이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성훈 인턴기자 moon.s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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