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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감성의 의미를 깨닫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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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호 20면

최정동 기자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바람이 공직사회라고 비켜갈 수는 없다.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 인공지능 판사…. 지난 7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공직사회의 미래를 말하다-인사비전 2045’의 내용 중 일부다. 30년 후 미래에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인공지능 공무원의 몫이 된다. ‘인간’ 공무원은 갈등·가치와 같은 다양성이 얽힌 사안, 철학·윤리·도덕적 결정에 힘을 쏟으면 된다. 세계 미래학계의 선구자로 꼽히는 하와이대 짐 데이터(83) 교수는 이날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를 맞는 공직사회와 기업의 미래를 역설했다.


-지난달 한국은 ‘인공지능 앓이’를 했다. 이제 AI는 더이상 미래 얘기가 아닌 현재가 됐다. 당장 인사혁신처가 AI와 함께 공직사회의 혁신과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AI가 공무원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까.“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행정부와 사법부의 상당부분이 AI로 대체될 것이다. 지금도 (AI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은 한때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의사결정을 이미 담당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으로만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우리 인간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머잖아 AI는 정부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중 거의 대부분을 떠맡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은 정말 어려운 철학·윤리·도덕적 문제에 대한 결정만 내리면 될 것이다. 사법부에도 AI가 자연스럽게 도입될 것이다. 인공지능 판사도 생각해볼 수 있다. 원래 판사란 눈을 감고 (공정하게) 말해야 하는 존재 아닌가. 적어도 AI 판사는 사람에 따라서 차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 공무원이 AI 로봇 국장의 지시를 받는 일도 생겨나는가.“기술적으로 가능한 얘기지만, 그건 기존의 관료적 사고 방식이다. 민간기업의 조직은 이미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바뀌었지만, 관료제와 계급구조는 200여년 전 그대로다. 과학기술과 사회가 변하면 관료제도도 바꾸어야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앞으로 관료조직은 계급이 아닌 수평적 관계 속에서 미래 중심적이고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내가 상사이고 네가 부하니 나를 따르라’는 식은 안된다. 미래 공직사회 속 AI의 역할도 그런 차원에서 생각하면 된다. AI는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될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인사비전 2045에 대해 평을 하자면.“이번 발표는 그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수 없었던 내용이다.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혹 비전 실천에 실패한다고 해도 훌륭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본다. 미국도 그간 수많은 정부개혁의 시도가 있었다.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뀌어 나갔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이제 한국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10여년 전 한국에서 관료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얘기했을 때 아무도 내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 관료들이 변화하고 혁신하려고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변화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


인사비전 2045는 기존 관료제의 틀을 바꾸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미래의 새로운 정부조직 플랫폼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관료제에 기반한 인사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만큼, 관료제의 창조적 해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자유공무원제를 도입해 개인의 희망에 따라 정규직이나 임기직·시간제 등으로 공무원 신분을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눈에 띈다.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한 수평형·현장형 조직 도입도 나온다. 고시제도는 전면적으로 개편해 기계와 협업·상생할 수 인재를 모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신은 미래학자이면서 정치학자다. 한국의 대통령제에 대해 얘기해보자.“대통령제는 18세기 미국이 당시 사회 환경에 맞게 만든 정치 제도다. 현재 미국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에도 맞지 않다.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대통령제는 아주 나쁜 시스템이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파워가 있어 독재로 흐르기 쉽다. 한국은 더 한 것 같다. 미국은 의회와 대통령이 서로 견제하면서 의견을 조율한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의원내각제가 낫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치체제가 필요하다. 나의 대안을 얘기하자면, 인터넷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전자 직접민주주의’도 구상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데이터 교수는 정치제도를 제외한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호의적이다. 그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과 대담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은 공무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공무원은 교육수준이 높고 성실하며 정직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를 잘 유지해 인간을 자원이 아난 가치로 보고 발전시킨다면 한국은 지속적으로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신이 속한 미국사회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이다. 미국의 간선 대통령제는 21세기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빚으로 이뤄진 사회이며,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나라라고 지적한다. 그 증거가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로 도널드 트럼프란 사람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 중국에 도전받는 차원을 넘어서 따라잡히고 있다.“나는 중국이 세계경제를 지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환경오염과 인권 등 여러분야에서 엄청나게 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간 한국 경제는 미국과 일본을 모방하면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한국만의 특징을 살려야 한다. 선발 기업이나 국가가 개척해 놓은 길을 쫓아가기 보다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다가올 세상에는 감성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적 산물들이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 상상력과 창조·감성의 의미를 깨닫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할 것이다.”


오토바이 타는 80대 미래학자1933년생인 짐 데이터 명예교수는 2년 전인 2014년 8월 팔순(八旬)을 넘겨서야 하와이대 교수직을 내려놨다. 하와이대에서 미래학을 가르친 경력만 45년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아직 졸업을 못한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정부나 기관 프로젝트 연구, 학술지 편집인 등으로 바쁘다. 2013년부터는 매년 3~4월 한국을 찾아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른쪽 귀가 어두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그것도 35년전 구입한 연료탱크 한쪽이 찌그러진 중고 ‘혼다450’ 그대로다. 이제는 고장이 나도 부품 구하기가 어렵고, 전속으로 고쳐주던 오토바이 수리공도 세상을 떠나 걱정이라고 한다. 그가 오토바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미래학자답다. 첫째는 차를 아내에게 내줬기 때문이며, 둘째는 저렴한 유지비용(한달 30~40달러), 셋째는 혹여 자동차와 사고가 나더라도 자신보다 남이 덜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혁신처가 공개한 ‘인사비전 2045’ 주요 내용


인사혁신처가 7일 발표한 인사비전 2045는 짐 데이터 교수의 한국인 제자인 한국행정연구원의 서용석 박사가 주도했다.


2045 미래정부 조직과 공무원 인재상조직 기반 직업공무원제를 대체할 자유공무원제 도입

●직무 성격, 인력 충원 필요에 따라 공직 진·출입을 자유롭게 해야●직군과 직렬·직급체계를 단순화하는 등 공무원 계급구조 조정인재상 네오르네상스형 인재, 변화적응형 인재, 융합·통섭형 인재●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감수성·사고능력 등을 갖춘 인재●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 변화할 수 있는 변화·적응형 인재●다른 영역과 융합해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는 융합·통섭형 인재인사제도●채용: 신기술에 따른 퇴화·진화 직무를 반영한 인력 계획 수립이 필요, 국적을 초월한 지구촌 두뇌 유치●교육훈련: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계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교육 필요평가·보상●가상 홀로그램 오피스 도입으로 현재의 9시 출근, 6시 퇴근의 근무 형태는 사라질 것●근무시간보다는 창출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방식이 진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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