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국의 ODA 전력망 프로젝트 수주 네트워크와 발주처 만족시킬 기술이 핵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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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암코퍼레이션은 2000년대 후반부터 나이지리아·베냉·부르키나파소·말리 등 서부아프리카 지역과 에티오피아·모잠비크 중심의 동부아프리카에 큰 관심을 가지고 국내 ODA와 연계된 다양한 선행사업을 수행해 왔다.


우암의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는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서부아프리카 전력공동체(WAPP·West African Power Pool) 사업이었다. 우암은 국내 ODA 자금 중 하나인 전력기반센터 해외수출지원사업을 활용해 WAPP 사업에 참여했다. 여러 타당성 조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8년에는 발주처 및 정부와 협의해 가나의 송전 및 변전소 건설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WAPP 사업 중 가나 정부의 최우선 순위 사업인 전력망 강화 마스터플랜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그 후 지속된 인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2011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에 가나 전력망 강화 사업이 선정됐으며, 2016년 현재 시공 중이다. 우암이 아프리카 사업에서 좋은 결실을 맺은 최초의 성공 사례다.


현지 네트워크 형성 통한 협력 관계 구축 선행돼야동남아프리카 공동시장(COMESA·Common Market for Eastern Southern Africa)의 중심국가인 에티오피아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에티오피아 정부가 한국의 EDCF 지원 입찰에 참여하면서 한국 정부 관계자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우암은 이를 바탕으로 발주처인 에티오피아 전력청(EEPCO)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후 우암은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권유받고 관련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2013년 에티오피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법인 설립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우암은 중국 ODA 자금(중국 차관, ECA자금)으로 진행되고 있는 에티오피아 송전망 교체 사업 참여를 결정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설계 및 설치 시공업체로 선정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송전망의 가공지선(GW·Ground Wire)을 광섬유 복합 가공지선(OPGW·Optical Fiber Ground Wire)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OPGW는 낙뢰차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낙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광섬유가 포함돼 있어 광통신도 가능하다. 기존 송전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 통신선로 구축도 필요 없어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GW를 OPGW로 교체하는 사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에티오피아 OPGW 사업을 우암이 수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업체가 송전선 휴전을 통한 광통신망 교체 방식을 제안한 데 비해 우암은 휴전 없이 교체하는 기술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우암은 에티오피아 전력청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활선(Live-line) 상태 망 교체 방식의 안전성 확보와 리스크 절감 방안을 마련해 발주처에 확신을 심어 주었다. 이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증명했기에 중국의 자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임에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인도인 근로자, 에티오피아 근로자들과 함께 활선 상태에서 망을 교체하는 것은 굉장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시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실제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발주처의 신뢰를 얻게 된 것은 우암이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구간에서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인명사고도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성 집행의 불합리성과 아프리카 정부기관 특유의 비효율적 행정과 세관 통관, 보증 문제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현장에서는 쉬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발주처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2015년 9월,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송전망의 가공지선(GW)을 활선(Live-line) 상태에서 광섬유 복합 가공지선(OPGW)으로 교체하고 있다. [사진 우암 코퍼레이션]

우암은 망 교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에티오 텔레콤이 발주하고 중국 ZTE사가 수주한 3G 백본(Back-bone) 광통신망 구축 및 확장 공사, 에티오피아 도심지 내 광케이블 시공의 통신탑 설계 및 시공을 맡고 있다. 에리슨(Errison)사가 수주한 통신망 확장 공사의 에티오피아 하와사(Hawassa) 지역 무선 통신망 구축을 위한 4G 기지국 관련 설비 시공사업 또한 수행하고 있다.우암은 이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2015년 에티오 텔레콤의 주요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2016년부터는 ZTE·화웨이·에리슨 등 글로벌 통신회사와 공동 입찰 또는 경쟁을 통해 직접 수주할 수 있는 사업 확장의 기회도 열렸다. 에티오피아를 넘어 이웃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아프리카 진출에 적극적인 이들 중국 및 글로벌 업체들과 지속적인 신뢰관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발주처의 관심과 기술요구 조건 충족이 수주 성공의 핵심아프리카 ODA 사업은 이전에 아프리카에서는 시도해 보지 못했던 기술과 사업을 해외 ODA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발주처에서 관심이 높은 기술 조건을 사업개발 단계부터 준비해 제안한다면 수주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시행하면서 역시 분야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업들의 경우 기술과 정책이 연계된 다부처 연계 업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암은 발주처와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활선 상태의 망 교체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었으며, 이 제안을 한국 협력업체들과 공유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10~20년 전에 시행해 충분히 노하우가 축적된 기술이었다. 이 기술적 노하우를 에티오피아 정부와 발주처에서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한국 업체인 우암이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한번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와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텔레커뮤니케이션 사업 등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아프리카의 성장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우암의 아프리카 진출의 결정적 계기는 ODA 사업을 통한 해외 진출이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 다양한 ODA 자금을 교두보로 삼아 진출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확보해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한다면 사업 수주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시공업체들과의 기술격차에 따른 수주 가능성 확대도 예상 가능하다. 사업에 착수한 후 품질과 신뢰를 지키며 관계를 공고히 해 나간다면 현지에서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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