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엇박자가 미세먼지 피해 키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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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 면

지난 16일부터 일주일 남짓 전국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한반도 상공의 공기가 정체된 탓이지만 오랜 가뭄에 먼지를 씻어 내릴 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원인이었다. 다행히 어제 단비가 내리면서 미세먼지가 대부분 걷히기는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오염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한반도 겨울 날씨의 특징이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미(三寒四微)’로 바뀌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찬바람이 부는 사흘은 공기가 맑지만 춥지 않은 나흘 동안은 미세먼지가 낀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중에서도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이하로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가 문제다. 초미세먼지에는 유해화학물질과 중금속이 들어 있어 우리 몸엔 담배 연기보다 훨씬 나쁘다.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대기 중 초미세먼지를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또 폐를 통해 혈관으로 침투해 뇌졸중·심장질환의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서울·경기도 지역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연간 1만5000여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세먼지 오염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 탓이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전체 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50%라고 한다. 이 비중이 80% 안팎으로까지 치솟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중국도 오염 공장을 폐쇄하고 석탄 소비를 줄이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15~20년이 걸릴 전망이다. 한·중·일 3국은 이를 앞당기기 위해 공동 기술 개발 등 협력에 나서야 한다.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움직여 주길 바라며 기다릴 수만은 없다. 국내 미세먼지부터 줄이는 방안을 찾아 작은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수도권에서는 무엇보다 소규모 공장과 공사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대규모 공장에는 자동오염측정장치(TMS)가 부착돼 있지만 TMS가 없는 소규모 공장에 대해서는 감시가 소홀하다. 수도권 일부 시·군에서는 공장 숫자에 비해 단속인원이 크게 부족하다.


 매연을 내뿜는 버스·트럭 등 경유차도 철저한 단속해야 한다. 공해차량 운행 제한구역(LEZ)을 지정하고, 노후 경유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아야 한다. 자발적 차량 2부제를 도입해 오염이 심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 시민들이 차를 갖고 나오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 현재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예보 정확도가 57.5%에 머물고 있다. 올 상반기 성능 검사에서 초미세먼지 측정기의 19.3%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예보가 정확할 수 없다. 측정장비를 늘리고 오염 예보 모델도 꾸준히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또 중국의 대기오염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활용해야 한다. 예보기간도 현행 24시간에서 더 늘려야 시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아울러 정책의 엇박자도 피해야 한다. 미세먼지 오염을 증가시킬 게 뻔한 경유택시 허용이나 석탄화력발전소 확대 같은 정책은 앞뒤를 잘 가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정부만 움직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시민·기업 모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미세먼지 줄이는 데 동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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