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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동몽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0호 4 면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사춘기 청소년과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갈등을 빚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이 나와 각자 영상으로 사연을 밝히면 패널들이 조언을 해주죠. 관찰 카메라가 보여주는 ‘사실’은 편집에 따라 ‘진실’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데, 영화 ‘라쇼몽(羅生門)’처럼 흥미진진합니다.

지난 8일 방송이 보여준 반전은 요즘 말로 ‘역대급’이었습니다. 엄마가 13년간 매일 10시간씩 게임만 하며 자신과 눈도 잘 안 마주친다는 딸의 하소연이었는데, 알고 보니 ‘게임 폐인’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집안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분이었죠. 과거 큰 수술 뒤 “백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즐거운 것을 하면서 살겠다”고 게임 시작 이유를 밝힌 어머니는 일할 때와 게임할 때 모두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놀라운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TV를 보던 중학생 둘째에게 “너도 저렇게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놀고”라고 얘기해주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제 잔소리보다 그 어머니의 행동에서 뭔가 더 크게 느꼈을 테니까요.

아이가 게임에만 빠져있어 고민이라는 부모님들은 이 프로그램을 자녀와 함께 다시 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준 어머님께는 나라에서 큰 상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 절제와 몰입이야말로 이 참을성 없는 중독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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