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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반 총장 검증 시작” “팩트 없는 마타도어” 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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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b>링컨 코 만지는 반 총장</b> 지난 21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링컨 흉상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사진 유엔]

링컨 코 만지는 반 총장 지난 21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링컨 흉상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사진 유엔]

여의도 정치권이 시사저널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금품수수 의혹 보도로 성탄절 내내 들썩거렸다. 시사저널 보도는 반 총장의 임기 만료(12월 31일)와 귀국(내년 1월 중순)을 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터져 나왔다. 각 정당과 정파는 ▶반 총장 영입에 쏟는 관심도 ▶향후 연대 가능성 ▶대선 여론조사 이해도 등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갈렸다.

반기문과 경쟁·연대 따라 반응 갈려
민주당 “몸 불사르기 전 해명부터”
국민의당 “사실관계 확실해져야”
비박 탈당파 내부도 미묘한 차이
김무성 측 옹호, 유승민 측 냉랭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과 1위를 다투는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버티고 있는 민주당은 반 총장과 연대나 연합 대신 적으로 만날 공산이 큰 상황이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성탄절 휴일인 25일 오전 브리핑을 자청해 “반 총장은 ‘황당무계한 음해’라고 부인하지만,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해명은 ‘주사는 놨는데 주사를 놓은 사람은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기 대변인은 “본인 말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몸을 불사르기’ 전에 성완종·박연차 관련설 등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2008~2009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서갑원 전 의원 등이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결백을 호소하던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권양숙 여사 등 직계가족을 거쳐 자신을 정조준하고 들어오자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당 입장에선 ‘박연차’라는 이름만으로도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지만 반 총장 귀국 전 검증의 화력을 높여 기세를 꺾어두겠다는 판단을 한 양상이다.

중앙SUNDAY 의뢰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자대결 시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은 각각 38.5% 대 37.6%(안철수 14.0%)로 초접전 양상이었다. 반기문-문재인 양자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 46.0%, 반 총장 44.2%로 오차범위 이내였다.

같은 야당이지만 국민의당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신중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사실관계가 좀 더 확실해지면 당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반 총장 측이 국민의당에 굉장한 흥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국민의당에서 안 전 대표와 강한 경선을 벌이자”며 연일 반기문-안철수 연대론에 불을 붙여온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어느 정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꼽힌 정당은 새누리당 탈당파가 창당할 개혁보수신당(32.7%)이었다.

다만 새누리당 탈당파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측 반응이 미묘하게 달랐다. 그동안 반 총장 영입과 관련, 유 의원은 “반 총장이 오시면 대환영”이라면서도 ‘치열한 토론과 검증’을 강조하는 입장에 섰다. 김 전 대표는 “적극적 문호 개방으로 빅 텐트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시사저널 보도는 내가 팩트를 모르기 때문에 뭐라 언급할 수가 없다”며” 내가 말한 검증과 토론은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지, 자기 생각이 확고한지에 대한 검증과 토론이었지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선 “지금 지지율이 높다고 마구 영입을 해놓고, 훗날 후폭풍이 커지면 당의 존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거나 “반 총장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검증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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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전 대표 측 김성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반기문 23만 달러 수수설은 팩트가 없는 마타도어”라고 방어했다. 다른 측근들도 “과거 이회창 후보 때도 김대업이 나타나 허위 병풍 공세를 펴지 않았느냐”며 반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반기문 영입전에 나선 친박계 중심의 새누리당 지도부도 반 총장을 엄호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무책임한 의혹 공세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성을 찾고 정치적 도의를 지켜달라”고 했다.

서승욱·강태화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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