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최후의 증인』|형사 역 유인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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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탤런트 유인촌씨(37·사진)에게는 고유의 수식어가 따른다.
「수려한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 그러나 막상 그는 이 표현을 진부하다고 느꼈을까. 웃음을 터뜨린다.
『연기자가 될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부터 준비하는 건데…. 20대에 와서야 시작한 것은 너무 늦은 출발 같아요.』
현재 MBC-TV미니시리즈 『최후의 증인』(김성종 원작·유길촌 연출)에서 그가 맡고 있는 역은 주인공인 오 형사. 며칠째 수염도 깍지 않은 채 습기 찬 바바리를 걸쳤다.
「안개 낀 거리의 희미한 가로 등 아래서 성냥불을 켜는 순간 노란 불빛이 들추어내는 얼굴」이 그가 극 속에서 표현해내려는 주인공의 이미지. 그는 지난 2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논문이 통과된 석사 탤런트. 논문제목은 좀 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본 「햄릿」의 성격 연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원작에서는 마지막에 자살하는 오 형사가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해한다. 연출을 맡은 친형 길촌씨(48)는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대본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관심거리라는 것이다.
이 유씨 형제의 공동작업은 드라마『장희빈』『은장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최후의 증인』은 어느 살인사건의 뒤에 숨어 있는 6·25와 우리 사회의 추악한 얼굴을 한 전쟁 미 체험 세대(오 형사)가 벗겨버리는 미스터리기법의 드라마. 그래서 그는 형사라기보다 역사의 진실을 목격하는 「증인」처럼 연기하려고 애쓴다. 현재 영화『연산일기』(감독 임권택)를 촬영중인 그는 스스로를 정석주의자라고 말한다.
『교과서적인 연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말과 몸짓이라는 연기의 기본을 깊이 있게 깨우쳐야한다』는 그는 연산군의 내면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이대 신경정신과 이근후 교수를 찾아가 3시간 동안 자문을 얻을 정도로 진지한 사내. 그의 재능은 끝이 없는 것인가.
이미 6편의 작품을 공연한 현대무용수이기도하다. 그러나 그도 휴일이면 낮잠 자기에 동작 빠른 사내. 84년 강혜경씨(29)와 중매결혼. 집에서 그의 이름은「대식이(3) 아빠」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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