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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계의 비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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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미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출 채산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수출업계는 대미달러 환율 1달러에 8백 원을 최후 마지노선으로 간수하고 정부에 원화 인상폭을 최소화하도록 요망하고 있으나 환율에 대한 외압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18일 현재 달러환율은 1달러에 8백12원50전으로 올 들어 원화절상 폭은 6·2%에 이르고 있다. 환율은 2·4분기 들어 더욱 떨어지는 추세로 계속 원화천상이 가속되고 있는데 하반기 들어서도 가속화 추세는 계속 될 것 같다.
달러환율이 7백 원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전경련·무협 등 경제단체와 섬유업계·중소기업 등 수출업계는 거의 동시에 달러환율을 8백 원선 에서 지켜주도록 요망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환율이 계속 떨어짐으로써 일부 수출업계는 이미 경쟁력을 잃어 출혈 수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업계 존립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을 공식적으로 정부에 알릴 모양이다.
무협의 조사에서도 환율위기는 잘 나타난다.
업계는 현재의 달러환율 추세대로라면 올해 원화절상 폭을 10∼15%로 내다보면서 만일 15%절상하면 무역 혹자 폭은 88년에 21억 달러로 크게 줄고 (86년 혹자 42·5억 달러) , 89년에 가서는 오히려 17억 달러 적자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경련이 주요 수출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대미달러에 대한 원화절상 폭이 10%를 넘게되면 철강, 시멘트, 의류, 컬러TV, 봉제완구, 승용차, 신발류 등 대부분의 주종 수출품들이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 적자수출을 면키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업계·중소 수출업계에 이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섬유업계의 평균 마진폭은 3·6%인데 원화절상 폭은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서 출혈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쇄도산 할 우려도 있다.
기은조사에서는 달러환율이 8백 원까지 내려가면 조사대상업체(2백64개) 의 84%가 채산성을 잃고 7백80원일 때는 93%가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응답했다.
이 같은 수출업계의 비명은 공연한 엄살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수출이 가격경쟁력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원화의 대폭 절상이 수출업계에 치명적인 것은 부문가지다. 뿐만 아니라 수출업계는 환율 외에도 무역금융 축소, 일본의 엔고에 따른 추가부담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있어 견디기 어려운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수지 혹자에 따른 통화관리 문제로 수출제약이 언제 완화될지 모르고 원화절상 압력은 가중 되고있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 같다. 환율문제는 최근에 열린 선진 7개국 베네치아 정상회담에서도 간접적으로 절상속도가 거론되었고 지난5월 내한한 IMF연례 협의 단 역시 한국경제의 잠정평가를 통해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오는 6월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경제 협의회에서 환율문제가 또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겨우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기 시작한 마당에 수출의 앞날이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환율문제가 큰 원인의 하나다. 환율정책은 물론 국제수지 흑자 기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만일 원화절상이 불가피하다면 보완수출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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