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명 탄 리비아 여객기 공중 납치…2시간 대치 끝 승객만 석방

중앙일보

입력

 118명이 탄 리비아 여객기가 23일(현지시간) 오전 공중납치돼 지중해의 섬나라인 몰타에 비상착륙했다.

몰타 항공당국은 이날 11시32분(한국시각 오후 7시32분) 리비아 아프리키야 항공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자국령에 긴급 착륙했으며 비상대기팀과 협상팀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밝혔다. 납치범 2명이 수류탄으로 비행기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탑승객 118명 중 승객은 111명, 승무원은 7명이다. 납치범들은 이후 협상 과정에서 승무원 일부만 남기고 승객들을 순차적으로 비행기 밖으로 내보냈다.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남성 82명과 여성 28명이 해당 비행기에 타고 있었으며 승객 가운데 유아도 1명 있었다”고 말했다. 몰타 당국은 나머지 승무원을 두고 오전 현재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이 여객기는 이날 오전 리비아 남부 사브하를 출발해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던 중 공중 납치됐다. 로이터 통신은 “조종사가 리비아 내 착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납치범들을 설득했으나 실패했다”며 “이후 트리폴리 관제탑에 납치 사실을 알리곤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납치범들은 당초 튀니지로 향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 이유와 배후 세력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이끄는 정권이 붕괴한 후 극심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몰타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항공편들은 모두 다른 공항으로 향했으며 이륙도 취소됐다.

한편 몰타는 과거에도 공중납치된 여객기들이 비상착륙하곤 했다. 198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이집트 카이로로 가던 이집트항공 소속 여객기 납치사건 때엔 이집트군의 구출작전 실패로 인질 60명이 숨졌다. 7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본 도쿄로 가다 납치됐던 KLM 여객기 사건의 경우엔 247명의 승객 전원 무사히 풀려났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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