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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달 탐사” 박 대통령 우주공약 물건너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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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20년 달 탐사를 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우주공약이 허언이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2일 ‘제1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발사체(KSLV-2)의 시험 발사를 2017년 12월에서 2018년 10월로 10개월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래부는 약속대로 시험 발사 일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패 가능성과 사고 위험성이 높아 일정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이유를 들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1.5t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고도 600~800㎞)에 올려놓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2020년 달 탐사’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 직전에 열린 대통령 후보 3차 TV토론에서 “2025년 달 착륙선 계획이 있는데 2020년으로 앞당기려 한다.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 일정
사고 위험성 높아 10개월 연기
“과학을 정치에 이용하려다 실패”

박 대통령의 ‘2020년 우주공약’은 취임 첫해인 2013년 2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로드맵에 그대로 반영됐다. 2017년 12월 2단형 KSLV-2 시험 발사, 2019년 3단형 첫 발사를 거쳐 2020년 9월 KSLV-2를 이용해 달 궤도선을 쏘아올리고, 12월에도 역시 같은 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단형 시험 발사가 10개월 미뤄지면서 다음 일정들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배태민 미래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2단계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목표인 시험 발사 성공 여부에 따라 3단계 사업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며 “시험 발사가 성공하면 3단계 사업인 본 발사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계의 목소리는 다르다. 우주과학계의 한 인사는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실어나를 발사체 개발 일정이 미뤄지면 달 탐사 일정도 따라 연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과학을 정치에 무리하게 이용하려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며 “달 탐사는 수조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한 시험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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