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동아리 수익금으로 연탄 기부한 고교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대전 한빛고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22일 중구 안영동에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한빛고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22일 중구 안영동에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22일 오후 3시 대전시 중구 안영동 정근옥(87) 할머니의 집. 대전 한빛고 동아리 ‘너에게 묻는다’ 소속 학생 30명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비를 입고 길게 줄을 서서 트럭에 쌓인 연탄 500장을 창고로 날랐다. 연탄재가 얼굴에 묻었지만 학생들은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작업을 마치자 정 할머니는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건네며 “너무 고맙다. 걱정 없이 겨울을 나게 됐다. 공부 열심히 해요”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독거노인 집 두 곳에 500장씩
대전 한빛고 학생 30명 연탄 선물

학생들은 안영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이날 정 할머니를 포함해 독거노인 집 두 곳에 연탄을 각각 500장씩 전달했다. 연탄 구입비용은 학생들이 지난 1년간 한푼두푼 모았다. 학생들은 올해 초 “기부하는 동아리를 만들자”며 뜻을 모았다. 1회성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1년간 학생들 스스로 돈을 모아 뜻깊은 곳에 쓰자는 취지였다.

처음엔 1~2학년 30명이 3000원씩 모아 9만원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이 돈으로 음료수와 커피·차를 만들어 교사와 선후배들에게 판매했다. 여학생들은 책갈피 등 공예품을 만들어 기금을 모았다. 커피와 차는 한 잔에 1000원, 책갈피는 500~1000원씩 받았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 1년간 67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 돈으로 연탄 1000장을 구입했다.

동아리 회장인 2학년 이성현(17)양은 “학교에 여러 동아리가 있지만 하나의 목표로 1년을 준비하는 동아리는 흔하지 않다. 연탄을 받고 반가워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아리의 이색활동이 알려지면서 회원으로 참여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동아리 지도를 맡은 이준호(38) 교사는 “자본금 출자부터 모금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도맡아 했다. 호응이 좋아 앞으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