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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 잘못 다루면 치명적|연대 이한열군 피해 계기로 본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루탄 피해가 늘어나자 최루탄을 좀더 안전하게 다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5월 서강대 시위에서 최루탄 파편상으로 오른쪽 눈을 잃은 배준식군(당시 20·전자공2)에 이어 9일연대시위에서 최루탄 파편에 뒷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이한열군(21·경영2)의 부상은 충격적인 최루탄 피해. 최루탄 피해사례는 최루탄사용의 안전수칙만 지켰더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최루탄 사용방법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루탄의 종류=현재 사용되는 최루탄은 「사과탄」·SYU44·다연발탄·페퍼포그등 4종류. 모두 국산이다.
보통 시위에는 사과탄과 SY44탄이 사용되며 대규모 시위군중을 해산할 때 다연발탄과 페퍼포그를 사용한다.
원명 KM 또 CS1의 사과탄은 크기가 작아 최루효과는 약하지만 근거리 투척용으로 폭발때 고압가스를 싸고 있는 플래스틱파편이 튀어 몸에 박히거나 화상을 입을 위험성이 높다.
유효거리 30m인 사과탄은 진압훈련 때 군중머리 2m상공에서 폭발하도록 훈련하고 있으나 이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SY44탄은 발사기에 장착해 사용하는 총류탄으로 최루탄 사용량의 52%를 차지하며 이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다.
연대 이군이나 외대 김종필군도 SY44탄에 의한 부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평발사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곡사하도록 돼 있으며 70m 거리는 40도, 60m 거리는45도로 규정돼 있다.
◇최루탄의 성분=최루제에는 사용되는 성분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나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60∼70년대의 CN보다 훨씬 자극성이 강한 CS가스로 알려져 있다.
CS는 클로로 벤질리덴 말로노 니트릴이라는 물질로 화학식은 C H CH₂
백색결정체로 물에 잘 녹으며 쥐를 대상으로한 실험에서 반수치사량은 체중 kg당 28mg으로 사람의 경우로 환산하면 성인남자(60kg기준)에 1·68g을 주사하면 반수가 사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CS는 화학구조상 탄소와 결합하고 있던 시안이라는 유독성물질이 눈물·땀·침·공기중의 수증기등 수분과 결합해 독성이 훨씬 강한 산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학자는 이 성분이 피부의 단백질성분과 작용을 일으켜 피해를 크게 할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인체에의 영향=이같은 화학작용은 피부나 눈·호흡기·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눈에 들어가 눈물과 섞이면서 결막을 자극하고 이 때문에 눈이 따갑고 눈물이 많이 흐르게 된다. 풀장의 염소성분이 결막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강한 최루가스는 이같은 위험이 더욱 크다.
또 얼굴이나 목·코등 피부노출 부위에 닿음으로써 따갑고 가렵게 되며 심하면 홍반·구진·소수포등 접촉성피부염이나 습진과 같은 증상이 급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이들 유독가스가 혼합된 공기를 흡입함으로써 코·인후·기관지의 점막을 강하게 자극해 재채기·기침을 비롯해 통증과 호흡곤란·작열감을 유발하며 이밖에도 구토·메스꺼움·두통·현기증·질식감이 나타나게 된다.
어떤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부에게 산소교환능력을 떨어뜨려 저산소증으로 태아에 영향을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담배연기나 연탄가스의 체내작용을 생각할 때 최루가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물질과 자주 접촉 했을 때 그 부작용이 10년, 20년후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고 있다.
국내 의학계에서는 최루가스가 난무하고 병원엔 피해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민감한 문제라서 여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 S의대 모교수의 『그런연구를 하겠다고 신청하면 누가 연구비를 주겠느냐』는 얘기가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신종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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