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 잘 내도 신용등급 상승은 먼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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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러려고 통신 요금 열심히 냈나….’

대상자 85% 신용점수 올랐지만
등급 상향자는 8.5%에 그쳐

신용등급을 올리고 싶으면 통신·공공요금 등을 성실히 납부하고 그 증거를 제출하면 된다는 금융감독원의 ‘조언’이 실제로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올 1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모두 6만5396명이 통신·공공요금 납부 실적을 개인신용평가사(CB)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가운데 5만6054명(85.7%)의 신용 평점이 상승했다. 그러나 신용등급까지 올라간 사람은 5553명으로 전체의 8.5%에 그쳤다.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통신·공공요금을 6개월 이상 성실히 냈다는 증빙자료를 CB사에 제출하면 개인신용평가 때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가점을 부여하는 자료는 통신요금·공공요금(도시가스·수도·전기 등)·국민연금·건강보험료 등이다. 거래정보의 종류나 납부 기간에 따라 5∼15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제도를 도입하면서 최대 708만 명이 신용등급 상승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됐다. 성실 납부 실적이 쌓일수록 가점이 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오르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점 상승폭이 너무 작다. 비금융 거래정보로 인한 신용평점 상승폭은 많아야 15점이다. 그런데 신용등급 간 간격은 30~100점이다. 평점이 등급 간 경계에 있는 사람만 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가점 상승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비금융 거래정보는 6개월에 한 번씩 계속해서 제출해야 평가에 반영된다. 게다가 통신요금은 인터넷으로 처리가 안 되고 팩스로 따로 제출해야 한다. 불편함 때문에 통신요금 납부 건수는 전체의 13.5%에 그쳤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납부 실적을 챙기는 부지런한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건 잘못”이라며 “광범위한 비금융 거래정보가 신용평가에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정보제공에 동의한 소비자의 납부 정보는 통신회사나 공공기관이 바로 CB사에 제공하도록 해당 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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