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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내주 초까지 40명 이상 탈당 동참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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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아래)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김도읍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 위는 유승민 의원.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의원에게 “왜 다른 사람은 안 되고 꼭 나만 비대위원장이 돼야 하는지 의원들한테 직접 설명해 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아래)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김도읍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 위는 유승민 의원.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의원에게 “왜 다른 사람은 안 되고 꼭 나만 비대위원장이 돼야 하는지 의원들한테 직접 설명해 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의 분당(分黨) 로드맵에 전격 합의했다. 비주류 세력의 투 톱인 두 사람은 20일 “21일 비주류 의원들과 집단 탈당을 결의하고 다음주 초 탈당계를 접수할 때까지 최대한 탈당 세력을 규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집권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쪼개진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7년 2월 6일, 김한길 의원 등 23명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중도개혁신당 추진모임을 만든 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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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30분가량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21일 비주류 탈당 결의 ▶26~27일께 집단 탈당 및 국회 교섭단체 등록 ▶향후 신당 창당 계획 등의 로드맵이 합의됐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의 로드맵에 대해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10여 명이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모임을 했다. 왼쪽부터 여상규·김무성·홍문표·이군현 의원. [사진 강정현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10여 명이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모임을 했다. 왼쪽부터 여상규·김무성·홍문표·이군현 의원. [사진 강정현 기자]

사실 새누리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한배를 타고 새누리당을 떠날 수 있을까’를 두고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다. “김 전 대표는 결국 반기문 유엔 총장과 한배를 타려 하고, 유 의원은 독자 출마의 길을 걸으려 하기 때문에 의기투합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돌았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최근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에 대해 “대선주자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말이 되냐”고 반대하면서 두 사람 관계가 더 멀어졌다는 관측도 퍼졌다.

김무성·유승민, 분당 로드맵 합의
유 “김무성과 불화설 친박이 지어내”
중립파 놓고 친박과 전면전 불가피
김진태 “유승민이 분란의 진원지”
의총서 원색적 비난에 탈당 굳혀

그러나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은 모든 것을 “친박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전직 의원은 “친박계와 갈등을 벌이는 마당에 비박계 내부에서 분열의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며 “두 사람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다음주 초 실제로 탈당을 결행할 때까지 중간지대 의원들에게 탈당 참여를 최대한 독려키로 했다. 중립성향 의원들을 최대한 당내에 잔류시키려는 주류 친박계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중립성향 의원 상당수가 ‘도로 친박당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주 초까지 최대 40명 이상 탈당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정병국 의원도 “비주류가 하려는 것은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 아니라 분당”이라고 강조했다.

비박계가 탈당을 결행키로 마음을 굳힌 데엔 이날 오전 11시 정우택 원내대표가 소집한 의원총회 분위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의원총회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질되면서였다. 비주류는 ‘분당을 막기 위한 최후통첩’으로 ‘유승민 비대위원장’을 주장했지만 비공개 의원총회의 발언자 16명 중 두세 명을 빼곤 반대 의견이 압도적일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했다.

특히 친박계 핵심인 김진태 의원은 “유승민 의원은 배신의 아이콘, 당내 분란의 원조 진원지다. 대통령을 탄핵 의결해 놓고 무슨 낯으로 당권까지 잡겠다고 하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초 “비주류에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넘기겠다”던 정 원내대표의 태도도 바뀌었다. 의총 모두발언에서부터 “왜 내가 비대위원장이 돼야 하는지, 어떤 혁신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라”며 유 의원을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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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직후엔 “얼떨결에 아무나 추천하라고 추천권을 준 게 아니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대통합을 이룰 진실한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말도 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가 당 화합을 바탕으로 혁신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왜 거부하겠느냐”고 했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우리를 최순실의 남자라고 매도하고 무슨 비상시국회의를 만들어서 이 당을 두 쪽 세 쪽 만들고 한 게 누구냐 말이야”고 목청을 높였다.

결국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 16명이 긴급 오찬모임을 통해 “탈당밖에 길이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비주류 진영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모임 직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더 이상의 희망과 기대가 없어졌다”며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도 거부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친박의 시간 끌기로 혼란이 계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글=정효식·최선욱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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