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머니게임…1조원 짜리 글로벌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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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게임즈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인수합병(M&A)에 나선다. 넷마블은 미국 모바일 게임업체 카밤의 개발 조직 중 캐나다 밴쿠버 스튜디오를 인수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인수 계약은 내년 1분기 내 완료 예정이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1조원 규모의 거래로 추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인수 가격이 7억~8억 달러(약 8500억~95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카담 밴쿠버 스튜디오’ 인수
마블 올스타 배틀 개발한 유명 업체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M&A

이 경우 넷마블의 카밤 밴쿠버 인수는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2012년 넥슨이 일본 모바일 게임업체 글룹스를 M&A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당시 넥슨은 365억엔(약 5200억 원)에 글룹스를 사들였다.

카밤 밴쿠버는 2014년 12월 출시된 ‘마블 올스타 배틀’을 개발한 곳이다.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인 헐크, X맨 등이 등장하는 모바일 액션 게임으로 매출 4억5000만 달러, 내려받기(다운로드) 90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꾸준히 매출 10위 이내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카밤 밴쿠버는 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잘 알려진 ‘트랜스포머’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준비 중이다. 이 게임은 내년 2분기 전 세계 시장에 출시 예정이다. 넷마블은 카밤 밴쿠버 외에도 카밤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지사에 위치한 고객서비스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카밤 본사의 사업 개발팀, 마케팅팀, 이용자 확보(UA)팀의 일부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현지 이용자를 지원하고 관련 마케팅을 차질 없이 이어 나가기 위해서다.

상장을 앞둔 넷마블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M&A를 추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넷마블은 지난 16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마치고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7월에도 이스라엘 카지노업체 플레이티카를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IPO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4조원대에 이르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넷마블의 지분과 상장 후 기업가치 등을 담보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M&A에 실패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이번 카밤 밴쿠버 인수에 필요한 1조원의 자금도 비슷한 경로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30억원을 기록하며 게임 업체 중 넥슨에 이어 두번째로 ‘연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한 넷마블은 올해는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아시아 78개국에서 출시한 ‘스톤에이지’가 한국과 홍콩, 대만 등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고 대표작인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도 전 세계 앱스토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게임업계는 카밤 밴쿠버의 인수로 넷마블의 향후 분기 매출이 600억~7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신작의 흥행 성적표도 좋다. 지난 14일 선보인 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당일에만 다운로드 200만 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잇따른 호재로 인해 IPO이후 넷마블의 기업 가치가 시가총액 기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10조원은 글로벌 상장 게임사 중에서도 6번째로 큰 규모”라며 “이 경우 넷마블이 국내 최대 게임주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시가총액 10조원 달성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도 있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넷마블의 연결기준 순이익을 1940억원으로 추정했는데, 만약 시가총액이 10조원을 기록할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51배를 넘어서게 된다. 올해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PER은 21.8배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올해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가치 규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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