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선 논란, 이번엔 극우 주이스라엘 미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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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리드먼

데이비드 프리드먼

논란의 연속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파산 변호사 출신으로 대선 기간 중 이스라엘 정책 자문을 맡은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발표 직후 미국 내 진보 유대계 인사들이 반발했고, 유대계 정치인들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16일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의원 제럴드 나들러가 “미국·이스라엘 양측에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 우려한 데 이어, 이튿날엔 역시 민주당 존 야무스 하원의원이 “미국이 견지해 온 초당적 정책을 완전히 벗어난 지명”이라고 비판했다.

유대교도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명
“이·팔레스타인 공존은 환상” 주장
아랍국들, 러시아와 가까워질 수도

이번 인선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프리드먼의 성향 탓이다. 뉴욕에 살면서도 예루살렘에 집을 갖고 있는 정통파 유대교도인 그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의 전제를 부정한다. 양측이 각각 독립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환상이라 주장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이 왜 불법이냐고 따진다. 2013년 유엔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CNN은 프리드먼에 대해 “(극우·강경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보다 오른쪽에 있다”며 “앞으로 격동이 예상된다”고 17일 전했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프리드먼은 지명 수락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시사한 것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도뿐 아니라 이슬람·기독교 신자에게도 성지(聖地)다. 이곳으로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이 이전한다는 것은,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이스라엘 편에 서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프리드먼 지명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18일 현지 언론은 네타냐후의 측근을 인용 “총리가 무척 기뻐했으며 그와 긴밀히 협조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 언론과 중동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하임 말카는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현 체제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면 아랍 정권과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일리비스트는 19일 “미국이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상실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터키·요르단 등이 이·팔 문제에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아랍 국가들이 시리아를 효과적으로 통제해 온 러시아를 새로운 동맹으로 주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이 쥐었던 중동문제 주도권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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