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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허' 이틀 앞두고…'물면허 막차 타자' 운전시험장 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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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가 직각주차( T자) 코스를 시험운행 하고 있다. 직각주차는 2011년 5월 사라진 뒤 5년 7개월 만에 부활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가 직각주차( T자) 코스를 시험운행 하고 있다. 직각주차는 2011년 5월 사라진 뒤 5년 7개월 만에 부활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가 직각주차( T자) 코스를 시험운행 하고 있다. 직각주차는 2011년 5월 사라진 뒤 5년 7개월 만에 부활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가 직각주차( T자) 코스를 시험운행 하고 있다. 직각주차는 2011년 5월 사라진 뒤 5년 7개월 만에 부활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운전면허시험장. 민원실에 들어서자 대기자가 354명이나 됐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과·기능·도로주행 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들이다.

평소보다 100여 명 이상 많은 수준이란 게 면허시험장 측 설명이다. 대학생 권순강(23)씨는 “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에 일주일 전 운전면허학원에 급하게 등록했다”며 “이번에 면허를 꼭 따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린 청주운전면허시험장 홍보담당은 “최근 운전면허 응시자가 많이 몰린다. 이달은 21일까지 예약자가 꽉 찼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쯤 ‘5호차 출발’ 소리가 났다. 흰색 트럭 한 대가 50m 일직선 도로를 엉금엉금 갔다. 얼마 뒤 ‘5호차 합격’ 소리가 들리자 홍진주(27·여)씨가 밝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홍씨는 “경기도 오산시 인근 면허시험장이 21일까지 예약이 다 차는 바람에 청주까지 와서 시험을 보게 됐다”며 “기능시험 난도가 높아지기 전에 합격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사로에서 멈췄다가 출발하기’ ‘Τ자 코스’ 부활 등 어려워지는 운전면허시험을 코앞에 두고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 응시생들이 몰리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월 운전면허시험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운전면허시험 개선안’을 내놨다. 바뀐 운전면허시험은 학과시험과 기능시험 난도를 높여 오는 22일부터 시행한다. 장광훈 경찰청 면허시험계장은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기능시험을 합격하고도 실제 도로 주행을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있어 시험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운전면허시험은 ‘물면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운전면허시험 합격률(기능시험 기준)은 92.8%다. 이전 시험제도에서 합격률이 69.6%인 것과 비교하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대부분 합격한다. 바뀐 운전면허는 기능시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운전장치 조작(세부평가 4개), 차로준수ㆍ급정지(세부평가 2개) 등 2개 항목이 7개로 대폭 늘었다. ‘경사로에서 정지 및 출발’ ‘직각주차(일명 T자 코스)’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통과’ ‘가속코스’ 등이다. 권철안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차장은 “감점 배점도 높아져 엔진꺼짐(-7점) 실수를 3번만 해도 바로 탈락이다. 이전엔 5번까지 가능했다”며 “도로 주행 시 어린이보호구역은 시속 10㎞를 초과하지 않으면 감점이 없었지만 바뀌는 시험에서 시속 1㎞만 넘어도 바로 실격”이라고 설명했다.

운전면허시험장과 운전학원은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시험이 쉬울 때 면허를 따야 한다는 심리에서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운전면허학원 관계자는 “수강 예약은 두 달 전에 모두 찼다”며 “올해는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진다는 예고가 있어서 예전보다 수강생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능을 치른 임모(19·전주시 서신동)군은 “아직 운전할 생각이 없었는데 22일부터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지고 학원비도 비싸진다고 해서 부랴부랴 학원에 등록해 최근 기능시험까지 통과했다”고 말했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역시 응시자들로 포화상태다. 지난 1~16일까지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학과·기능·도로주행 시험을 본 응시자는 1만488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352명)의 1.4배 수준이다. 최모(28·대구시 월성동)씨는 “직장인이라 시간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금 면허를 따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 학원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한상진 교통빅데이터연구소 소장은 “5년 전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하면서 주행능력이 떨어지는 운전자가 다수 양산됐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새 정책에 따라 시험은 어려워지지만 교통사고를 줄이고 안전 관리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청주·전주·대구=최종권·김준희·최우석 기자 choigo@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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