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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울 인근까지 확산…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작아

중앙일보

입력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초비상이 걸린 11월21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오리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중장비를 이용, 오리를 살처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초비상이 걸린 11월21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오리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중장비를 이용, 오리를 살처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시 인근까지 번졌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은 17일 폐사한 황새 사체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와 임시 휴장했다고 19일 밝혔다. 1984년 서울대공원 개장 이래 AI 감염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공원에서 기르던 원앙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18일 원앙 8마리가 살처분됐다. 원앙은 천연기념물(327호)로 보호 중인 조류다. AI로 폐사한 황새도 멸종위기종(1급)이다. 서울대공원은 서울시 경계선과 10㎞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AI 확산 속도는 더 빨라졌다. 정부 방역 대책이 먹히지 않아서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18일까지 AI로 인한 닭ㆍ오리 등 살처분 양은 1910만8000마리(예정 물량 포함)에 이른다. 지난달 16일 국내 농가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살처분 규모가 1000만 마리를 기록하는 데 25일이 걸렸다. 이후 일주일 만에 2000만 마리 돌파를 눈 앞에 뒀다.

AI 확산 범위가 넓어지고 사람이 몰려사는 대도시도 AI 위험권에 들었다. 인체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런 AI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 방식으로 풀어봤다. AI 전문가인 백순영 카톨릭대 의학과 교수,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와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국에서 번지는 AI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을 가능성이 있나.
“극히 낮다. 한국의 가금류 사육ㆍ유통 환경을 감안한다면 인체 감염ㆍ사망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이번에 국내에서 돌고 있는 H5N6 유형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 사례가 중국에서 나왔지만 특수한 사육ㆍ도축 방식이 문제였다. 중국에서의 사망 사례는 사람이 닭을 직접 도축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다량의 AI 바이러스를 호흡기로 흡입하면서 발생했다. 주거지와 가금류 사육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은 점도 원인이 됐다. H5N6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번져나갔지만 인체 감염 사례는 중국에서 극소수 사례만 보고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닭이 기계로 도축된다. 사람이 닭ㆍ오리와 같은 공간에 살지 않는다. AI 전문가 모두 인체 감염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례를 보면 치사율이 높다고 하는데.
“현재 국내서 돌고 있는 AI 바이러스와 지난해 한국에서 번진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는 인체 감염시 치사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감염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메르스와 달리 공기 중의 AI 바이러스를 일부 흡입했다고 감염되지 않는다. 계란을 만지거나 생닭을 요리하면서도 AI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국내 인체 감염 가능성이 0%라고 장담할 수 없다. 살처분 등 방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AI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백신 주사 등 조치를 하고 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는데도 감염 피해를 입었다는 가금류 농장이 많다.
“AI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신발ㆍ차량 바퀴에 AI 바이러스를 묻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게 큰 문제다. 철새는 AI에 감염되더라도 야생 조류 특성 때문에 방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다. 초기엔 AI 감염원이 철새일지 몰라도 현 단계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AI 확산은 사람ㆍ차량에 의한 지역 내, 지역 간 전파를 원인으로 봐야 한다. AI 발생 농장 여러 곳을 역학조사한 결과 트럭으로 달걀을 옮길 때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받치는 ‘팔레트’가 전파 원인이 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같은 방역 허점은 곳곳에 있다. 수십, 수백 가지 방역 수칙을 지켰다고 해도 단 하나를 어겼을 때 수십만 마리 가금류를 살처분해야 하는 사태가 생긴다는 점을 가금류 농가에서 유념해야 한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철새 도래지, 가금류 농장뿐만 아니라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야생 조류, 쥐가 자주 출몰하는 논ㆍ밭ㆍ강변 등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조현숙ㆍ위성욱ㆍ김호ㆍ김민욱 기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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