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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페만 군증강 계획|"레이건 인기만회 제스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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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워싱턴=한남규특파원】미국행정부와 의회는 마치 「사격장」을 방불케하는 페르시아만의 미군사력 증강문제와 관련하여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건」행정부의 이 같은 선언이 나오자 의회와 군고위간부로부터 격렬한 비판이 제기돼 결국 미행정부는 선박호송계획을 일단 수주일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의회와 군부의 비판근거는 선박호송계획을 행동에 옮길 경우 이란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스타크호가 비록 오판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라크전투기의 공격을 받아 체면을 구긴 미국행정부는 즉각 페르시아만에서의 경찰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공언하고 그 방안의 하나로 서방세계로 기름을 나르는 쿠웨이트유조선에 성조기를 달게해 미해군이 호위하겠다고 나섰다.
「레이건」대통령은 호송계획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30일 성명을 발표, 『페르시아만은 세계 어느 나라에의해서도 자유롭게 항해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결의를 다짐하고 『본 대통령 재직기간동안에 석유위기는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이는 것은 물론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이 서방세계 석유공급과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이곳이 이란과 소련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이라크가 전쟁을 벌인이래 페르시아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해군은 이라크가 대이란 해상전에서 패배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직접적으로 돕는다기 보다는 이라크의 전쟁물자 보급루트인 쿠웨이트를 보호하는 방편을 택해 왔었다.
그동안 이라크는 지상전에서 이란보다 열세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라크는 우세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이용, 페르시아만에서의 해상전쪽으로 주력을 바꾸어 왔다. 이란의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선박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 왔고 미국은 이같은 이라크의 해상공격을 모르는 체 해온 터였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눈으로 볼 때 「말썽꾼」인 이란이 이 지역에서 분란을 확대할 가능성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련의 페르시아만 접근을 차단하는데 있다. 미국은 70년대초 영국이 페르시아만에서 철수하자 소련이 끼어들까 우려해 서둘러 이곳에 진주했던 터였다.
7년가까이 이란과 전쟁을 계속해 온 이라크는 최근 미국 뿐 아니라 소련에게도 페르시아만 보호를 요청, 소련은 이미 작년말 2척의 순양함을 이곳에 파견했고 지난3월에는 쿠웨이트에 유조선3척을 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31일자 미 워싱턴 포스트지는 소련이 최근 페르시아만에 소해정 3척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스타크호 피격사건 이후 미행정부가 적극적으로 페르시아만 해군력 증강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는 이유중의 하나로는 소위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홍역을 앓으면서 그동안 잃어온 친서방 아랍국가들의 대미 신뢰도를 회복하고 미국내 관심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로 잡으여는데 있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계획을 실천하는 데는 어느정도 위험이 따르는 점이다. 「사격장」속에 전함과 비행기를 보낸다는 계획에 의회등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듯 하다. 지난3년간 2백50척의 선박이 이 지역에서 미사일이나 포격피해를 보았고 미국기를 달게 하겠다는 쿠웨이트 유조선이 지난9월 이래 25척이나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실제 미국기를 달게 하더라도 이란은 계속 공격한다고 공언하고 있고 그럴 경우 미국은 병력파견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고 의회와 군부는 우려한다.
이란과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럴 경우 소련역시 이 지역의 군사력을 증강시켜 긴강이 고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지중해 해군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스탠필드·터너」씨는 미국이 끝내 쿠웨이트선박호송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이란이 쿠웨이트선박을 공격하는 경우 『미국은 이 지역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이란비행장과 항구를 공격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상당수준의 대 이란전쟁이 불가피해진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미국은 선박호송계획을 실천할 모양이다. 병력개입규모문제의 검토만 남은 단계다. 의회도 행정부가 개입계획만 의회에 보고한다면 쿠뒈이트 유조선에 미성조기를 부착토록 하는 것을 허용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슐츠」미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란·이라크전쟁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기를 단 쿠웨이트 유조선이나 미국호의 함정이 공격을 받게 될 경우 이러한 「직접불개입」방침은 다시 검토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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